아마도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주말이면 남편의 눈치를 보기에 바쁠 것이다.
아니, 남편들이 아내의 눈치 보느라 바쁘다고 해야 하나?
주말이면 아이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싶지만 집에서 쉬고 싶은 남편들..
여성학자 박혜란씨의 책 '믿는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아마도 10번도 넘게 읽었을 성 싶다.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록새록 좋은 글이 떠오른다.
그중 한 얘기.
자신도 주말이면 남편의 눈치만 봤었는데 뒤늦게 생각해 보면 '왜 혼자서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보지 않았을까' 후회를 한댄다.
그말을 듣는 순간 나도 뭔가 깨닫는 바가 있었다.
주말이면 온가족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다.
가능한 사람이 데리고 나가는 것이지 뭐.
그래서 회사커뮤니티에서 알게된 몇몇의 엄마들을 모아서 토요일 놀러가기 모임을 만들었다.
뭐 꼭 가야 한다거나, 매주 가야 한다는 강제성은 전혀 없다.
다만 토요일 나가고 싶은데 같이 가줄 남편이 없는 사람들끼리 맘이 맞으면 출발 하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고..
참 재밌는 것은 막상 엄마들이 토요일 모임을 만들어 나가니 남편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워킹맘들의 문제점은 바로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주말에 만날수 있는) 남편들이 함께 놀아주지 않으면 놀사람이 없는 것인데 그런 엄마들이 남편을 팽개쳐 두고 나서기 시작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오늘은 별 스케줄이 없었던 날.
아침갑자기 성규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아무래도 출근할 것 같댄다. 혹 어디 갈 생각이 없는지 묻는다.
안그래도 우리도 팔뚝아빠가 워크샾을 가서 혼자서 팔뚝에 데리고 민속촌에 갈 생각이었다 했더니 좋다며 거기서 만나자 한다.
그래서 오늘은 성규맘과 함께 민속촌엘 가게 됐다.
가까이 살면서 민속촌은 아마 10여년만에 가보는가 보다.
예전 혼자서 갔었을 때와 팔뚝이 데리고 같이 가니 천지차이로 느낌이 다르다.
아이와 함께라면 꼬옥~ 가볼만 한 곳이라고 추천 100만번이다. ^^
나뭇잎을 굳이 치워두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더더욱 맘에 들었다.
특히 가을 민속촌은 바닥에 수북히 쌓인 낙엽과 초가집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고즈넉하고, 아름답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인데 팔뚝이도, 성규도 호기심천국이다.
많은 집들이 있지만 사실 우린 두곳밖에 들어가 보질 못했다. ^^;
팔뚝이는 토끼와 닭이 있는 곳에서만 두시간을 놀다 시피 했다.
바닥에 깔린 나뭇잎을 주워다 토끼장에 열심히 넣어 주었는데 저기 보이는 나뭇잎들이 나중엔 한개도 남아 있질 않았다.
마당청소한번 깨끗하게 해주고 온 셈이다.
앗.. 도둑? 이거 자세가 나온다.
엄마가 보기에는 그다지 신기한게 없어 보이는 데도 팔뚝이는 화단에 들락 날락, 나뭇잎 밟으며 뛰어다니기도 하고, 손으로 주워 보기도 하고..
자연을 물씬 느끼게 되는가 보다.
나뭇잎과 흙을 주워서 던지며 노는 중이다.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정말 신이 났다.
성규맘을 기다리는 동안 북을 치며 하모니카를 부르는 아저씨를 만났다.
발로는 북을 치면서 정말 대단하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팔뚝이 손에 천원을 들려 아저씨에게 드렸더니 고맙다며 특별히 팔뚝이를 위한 연주를 해주셨다.
우리는 바위에 앉아 한참 아저씨의 연주를 구경할 수 있었다.
성규를 만나 다시 민속촌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런데 닭이 있던 집앞에 상이 놓여 있고 물그릇이 하나 있다.
그릇안에 동전이 몇개 들어 있었는데 도대체 이게 왜 길가에 놓여 있는 것이지?
그런데 성규가 대뜸 앉아 동전을 꺼내려 하는게 아닌가.
옆에서 차마 못하고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팔뚝이..
알고 봤더니 동전 넣고 소원을 비는 곳이랜다.
정한수에 손넣었다고 아저씨에게 혼나고 말았다.--;
성규는 이제 16개월.
아직 한참 걷기엔 힘들었을 텐데 아장아장 잘도 걸어다녔다.
민속촌에 10시30분에 도착을 했고, 성규네가 11시 반쯤에 도착했는데 겨우 닭있는 집 한군데에서 놀다 나오니 1시가 다되어 간다.
우린 장터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장터국수와 해물파전을 사서 맛나게 먹으며 '민속촌은 동동주가 유명한데'라며 아쉬워 해야 했다. ^^;
둘다 차를 가지고 온 까닭이다.
성규가 국수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엄마먹던 그릇을 잡아당기며 난리가 났다.
옆에 조금 덜어주었더니 그제야 조용히 줏어 먹느라 바쁘다.
성규는 정말 대단히 먹을것을 좋아한다..ㅎㅎㅎㅎ
장터옆의 다리를 건너 물레방아 있는 곳으로 갔다.
팔뚝이도, 성규도 물레방아 구경하느라 그곳에서 또 한시간을 논다.
저렇게 고개를 쏘옥 빼놓고, 물레방아가 방아 찧는 것을 구경하는 중이다.
음.. 저 엉덩이에 똥침을 한방 넣어주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느라 힘들었다는..
성규는 밖에서 엄마품에 안겨 물레방아를 구경하는 중이고..
가을 단풍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가을 구경 못갔다고 아쉬워 했엇는데 오늘 실컷 단풍구경을 하고 왔다.
이리 저리 혼자서 돌아다니는 동안 엄마는 사진을 찍는다.
팔뚝이는 이제 훌륭한 모델이 되어준다.
또 방아갓에 가보았다.
엄마가 아이들을 태워주고, 방아를 찧으니 성규도 팔뚝이도 너무나 신나 한다.
만쉐이~ 혼자서 올라섰다!
돌두꺼비에 올라탄 두녀석들이다.
엄마가 팔뚝이에게 슬러쉬를 사주었다.
성규는 아직 음료수를 주지 않아서 성규에게 줄수가 없었는데 성규가 어찌나 먹고 싶어 하던지..
팔뚝이 앞에 찰싹 붙어서 팔뚝이의 손길만 따라다닌다.
아.. 불쌍해라..
성규는 오늘 내내 남의 집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불쌍한 눈길을 보여주다 요쿠르트며 과자며 이것저것 잘도 얻어먹었다.
덕분에 옆에 있던 팔뚝이도 덤으로 같이 얻어 먹었다지. ^^
나 한모금만 주면 안될까?
4시쯤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 품에 안긴 팔뚝이도,성규도 스르르 눈을 감는다.
정말 많이도 피곤했겠지.
우리나라사람들의 문제점.
여유가 없어서 천천히 구경하는 것을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 아이가 있건 없건 한번 둘러 보고 서둘러 다른 곳을 향해 간다.
아이들은 좀더 보려 하는데 엄마들은 "안오면 혼자 간다!"라며 서둘러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어떤 엄마는 엄마들끼리 아이들을 데리고 온 것 같은데 아이는 유모차에 태워서 구경다니는 중이었다.
토끼장 앞에서 아이는 토끼장이 보고 싶어서 내려달라 하는데 엄마는 유모차를 밀어서 고 앞에 잠시 세워 주고는 서둘러 다른곳으로 끌고 가버린다.
그럴 것이면 무엇하러 데리고 나온 것일까?
그 앞에서 나뭇잎 주워던져주고, 풀조가리 뜯어 던져주던 팔뚝이와..
유모차에 앉아 그저 끌려가기만 하던 그 아이.
뭔가 엄마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이 무조건많은 것을 보는 것보다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어른들의 걸음이 아닌 아이들의 걸음만을 따라다니다 보면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민속촌인것 같다.
그런데 오늘 들어가 본 집은 겨우 두군데.
아이들 맘대로 두었더니 공연도 하나도 보질 못했다.
다음번에이번에 못들어 가본 곳들을 또 가봐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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