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1. 10:46

회사 커뮤니티에 어떤 엄마가 질문을 올렸다.

 

"이제 1학년에 올라가는데 방과후를 뭐로 신청하는게 좋을까요..???"

 

그걸 보는 순간 드는 생각.

 

'이걸 왜 여기에서 묻지? 이건 집에 가서 딸에게 물어야지~'

 

왜 이엄마는 여기에다 질문을 올린걸까?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대부분의 엄마들이 익숙해지지 않은 아이의 성장에 대한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아기일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주 간단한 의사표현(배고프다, 똥쌌다, 자고싶다)만 하니 이걸 보고 판단하는 것은 엄마 몫이다.

 

자라면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먹이고, 무엇을 입히고, 언제 먹이고, 언제 재우고, 어디를 데리고 갈지.. 이모든 선택과 결졍권은 엄마에게 있다.

그렇데 1년,2년,3년을 보낸다.

아이가 3년정도 지나면 아이는 자신의 의사를 아주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대부분의 엄마들은 대단해~ 하고 놀래지만 아이가 통보하는 결정에서 웃으며 그냥 들어주거나, 반대하거나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때부터 엄마들은 한단계 더 나아가서 "의논"이라는 단계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한겨울에 샌들이 신고 싶다고 떼를 쓴다면...

 

엄마들은 둘중 하나를 선택한다.

허락하거나, 허락하지 않거나.

 

그러나 세번째 선택지가 또 있다.

 

"넌 어떤 신발이 신고 싶은데? 샌들? 그래?

 엄마 생각에는 이걸 신으면 엄청 추울거 같은데 추워도 신을거라면 맘대로 해도 좋은데..

가다가 너무 추워서 못걸을거 같으면 어떻게 하지?"

 

사실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가 선택했을떄 생기는 문제점을 미리 알려줄 의무가 있다. 왜냐면 아이는 모르지만 부모는 아니까.

아이는 모르고, 부모는 알기때문에 해결책을 내놓는게 아니라 문제점을 미리 알려주고  문제점을 해결할 다른 방안까지 함께 찾아야 하는거다.

 

그렇게 하면서 아이와 사소한 것 하나하나 함께 결정해 가는 민주적인 엄마가 되어 간다.

이제까지 엄마가 다 결정하다가 어느날 엄마가 "아 나는 민주적인 엄마가 되어야겠어!"하고 아이에게 갑자기 선택하라 하면 아이가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엄마도 아이와 상의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듯이 아이도 선택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어릴때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다보면 '대부분 엄마의 의견이 옳았다'라는 꺠달음을 얻게 되고, 엄마의 결정을 더 잘 따르는 아이가 된다.

 

 

얼마전 2학년에 올라가는 룰루의 반 친구들 생일잔치가 있어 엄마들과 모임이 있었다.

한 엄마가 이제 영어학원을 보내야겠다면서 마침 괜찮은 학원을 찾았단다. 다른 아이들은 영어를 잘 하는데 우리 아이는 ABC도 모른다고 비슷한 아이들만 모아 함꼐 보내자는 것이다.

ABC를 모르긴 우리 룰루도 마찬가지라 했더니 깜놀하며 잘됐다고 그럼 같이 보내자 한다.

 

지금도 학원에 바쁘다 난색을 표했더니 룰루가 뭐가 바쁘냐며 웃으며 그냥 보내란다.

 

우리 딸램의 스케줄?

 

하교 후 월 : 3~4시 피아노, 6시 씽크빅 수학, 국어

           화 : 5~6시 발레

           수 : 1~2:30 생활 체육, 3~4시 피아노

           목 : 5~6시 발레

     금: 3~4시 피아노

 

여기에서 화,목요일 2:30~4:30까지 영어학원을 넣자는 건데 그럼 영어다녀와서 바로 발레를 가야하니 너무 바쁜거 같다,집에가서 룰루와 얘기해 보고 알려주겠다 했다.

 

집에 와서 룰루에게 물었다.

 

" **,**,**이 셋이 다같이 영어학원을 같이 다니자네?"

 

"정말?"

 

하며 룰루가 좋아한다. 그런데 학원 시간이 저렇다 하고 말했더니 바로 얼굴을 찡그린다.

 

"싫어! 안갈거야~!"

 

역시.. 룰루는 바쁘게 학원 돌아다니는게 싫은가 보다. 나도 원하지 않는 바고.

일단 다른 엄마들에게 룰루는 함께 하지 않는다고 얘기는 했는데 사실 룰루가 영어공부를 해야하긴 한다. 이대로 3학년을 맞이하면 룰루의 그 자존심에 혼자 뒤쳐진 것에 충격을 받을게 뻔하거든.

 

다음날.. 룰루더러 엄마한테 좀 와봐라 얘기좀 하자 했다.

룰루를 꼬옥 안고 말을 꺼냈다.

 

 

"룰루야. 그런데 3학년이 되면 영어 수업을 시작하거든?"

 

 

여기까지 말을 꺼냈는데 눈치빠른 룰루 바로 대꾸한다.

 

 

"그래서. 엄마는 영어학원 가라는 얘기잖아??!!!"

 

 

"아니야. 그얘기가 아니야. 다 들어봐.

3학년에 되서 영어가 시작되면 친구들은 미리 영어학원을 다녀서 잘 알테고 넌 잘 몰라서 속상할지도 몰라"

 

"몰라! 영어학원 가기 싫은데 자꾸 가라는거야??!!"

 

"아니~ 그얘기가 아니야~

그래서 네가 친구들에게 뒤지기 싫다면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걸 얘기해 보자는 거야.

일단 친구들과 함께 지금부터 영어학원을 다니는 방법이 하나. 그런데 그거는 싫댔지?

지금은 안다니고 3학년이 되서 학원을 다닐 수도 있어."

 

"응! 난 그럴거야."

 

"그런데.. 그떄는 지금친구들과는 다른 친구들과 공부해야 할거야. 그 친구들은 미리 배워 와서 같은 반은 못되거든"

 

"그건 싫어!"

 

"음..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여름 방학 즈음부터 집에서 하는 학습지로 혼자 공부할 수도 있지."

 

"응! 그거 좋아. 나 그냥 집에서 학습지로 할래~"

 

 

그렇게 해서.. 룰루와 여름 방학 쯤부터 학습지로 영어공부를 하기로 했다.

룰루의 자존심에 3학년이 되어 영어가 친구들보다 한참 뒤쳐진다는 걸 알게 되면 룰루는 스스로를 엄청 다그칠 게 뻔하거든...

 

 

아이들과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

그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엄마도, 아이도 말이다..

 

 

 

 

 

 

 

 

 

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