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21. 19:58

뒹굴 수 있는 ‘지루함’ 허락하라
아이랑 부모랑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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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과 게임기가 없다. 필요가 없고 내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아이들의 폭력성이나 뇌파의 불안정성을 유발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이유는 아니다. 내가 그것들을 싫어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24시간 나오는 텔레비전과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은 아이들에게 ‘지루함’이란 보물을 빼앗는다.

어린 시절은 지루해야 한다. 할 일이 없어서 어처구니없는 행동도 저지르고, 말도 되지 않는 놀이를 만들어 보고, 몇 번이나 읽었던 책을 또 읽어가며 엉뚱한 이야기를 상상해야 한다. 요즘 부모들은 잠시라도 아이들이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리저리 아이들을 끌고 다닌다. 물론 적절한 자극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은 놀이동산이 아니다. 인생은 많은 시간 동안 밋밋하고 우리는 그런 밋밋함에 적응하면서 작은 즐거움에 만족해야 한다. 자극 지향적인 삶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면 순간마다 즐거움이 있을지 몰라도 그만한 위험도 따라다닌다. 일상의 평화와 주변에 대한 관심, 가족의 소중함과 같은 전통적 가치는 시시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지루하게 보내는 시간이 곧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도 아니다. 우리의 두뇌는 주변의 정보를 충분히 파악했을 때 그 정보의 지평을 넘어설 수 있다. 창조적인 돌파구를 만들려면 다양한 수위의 정보의 융합이 필요하다. 정보의 파악과 융합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심심할 틈도 없이 뭔가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것이 강조된다. 아이들의 두뇌는 그저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도 벅차다. 아이들이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충분히 파악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벌어지는 상황, 주변의 자질구레한 것을 속속들이 알 때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만들어 내려면 양치기처럼 할 일 없이 누워서 하늘만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융합적 사고를 위해서는 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천천히 두고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이다.

아이들이 살아야 할 세상은 정답이 있는 세상이 아니다. 새로운 상황에 자신이 혼자 부딪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 요즘 문제 해결력이 강조되고 있다.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자신이 아는 정보를 이리저리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문제 해결력이다.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어떤 미래에서 살아가고, 어떤 문제에 부딪힐지 우리 어른들은 사실 짐작도 못한다.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 시간에 이리저리 뒹굴면서, 뒹구는 중에 별별 궁리를 해내면서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얻게 된다. 아이들에게 지루함을 허락해야 한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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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인거 같다..

적어도 초등 저학년 동안은 랄라에게 지루한 시간을 최대한 확보 해 주고 싶다.

요즘은 놀이터에 나가도 친구가 없다.

컴퓨터는 금지 당해(패스워드를 걸어놨다) 할 수가 없고, 게임기도 없는 랄라.

오늘은 전화해서는 책을 네권이나 읽었다고 자랑이다.

그래.

네가 심심하니까 책도 읽는구나!

이녀석, 입학하기 전만해도 책을 죽어도 안 읽는 녀석이었는데 (자기 관심사인 책은 봤다.) 요즘은 스스로 학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온다.

도서관에서 스스로 책을 고르고, 관심사에 맞는 것들을 빌려오게 되면서 책읽는 습관이 잡히는 거 같다.

매일 매일 들러서 반납하고, 새로 빌려온다.

예전에 유치원에서 책빌려오기를 할때는 들춰도 안보고 온거 그대로 들고 가던 녀석이!!

바로 그녀석이 이렇게 변했다...!

요즘은 계속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를 빌려오고 있는데 가끔씩 전혀 다른 책이 들려오기도 한다.

지난번에 끼어 온 책은 글쎄 '광물과 자원'이다. ㅋㅋㅋ

신기한 스쿨버스가 글밥이 정말 많아서 이책을 정말 다 읽는거니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한다..

오늘 랄라의 반 엄마들 모임이 있어 갔었는데 거기 온 한 엄마가 그런다.

아이가 학교 갔다 와서 영어학원가고, 피아노 하고 오고학원숙제, 학교 숙제나면 놀시간이 없단다.

책한권조차 읽을 시간이 없어서 불쌍하단다...

그럼 한가지를 과감히 줄이면 될텐데 '불쌍하다, 하지만 안할수도 없고~' 라고 말하는 엄마가 이해가 안된다.

안할수도 없고 라는 건 엄마의 불안한 마음 아닌가.

영어학원을 안보낸다 하자 나를 아주 이상하게 쳐다 본다.

'그동네에 사시면서 어떻게 영어학원을 안보내세요? 거기 교육열이 장난이 아닐텐데요..' 하면서.

음..그런데 내입으로 어디 산다고 말한 적 없는데 어찌 알았지?

어쨌거나...

요즘 랄라가 하던 수업들을 대폭, 수정 정리 중이다.

그래봐야 많은 것도 아니고.. 피아노, 미술 인데 랄라가 지겹다고 수영을 배우고 싶단다.

요것들이 시간이 워낙 애매하게 잡혀 있어서 짜투리 시간들이 생기는데 이시간에 놀기도 뭣하고, 숙제 하기도 뭣하고 참 애매해서 그냥 시간을 허비하는 거 같아서 학교 갔다 와서 바로 뭔가를 하고 이후 쭈욱~ 자유시간을 주는 걸로 조정중이다.

또 하기 싫다는 건 랄라와 얘기를 해 본 후에 과감히 정리 해볼 거다.

피아노는 일단 수영시간이 잡히게 되면 그만 두고,

수영시간이 맞지 않으면 여름방학까지는 피아노를 유지하되 학원을 알아봐야겠다.

이번에는 랄라와 함께 답사를 다녀가면서 말이다.

미술은..

랄라가 미술에 자신이 없어해서 시작했던 건데 미술을 못해도 자존심 상해 하지 않을 거라면 끊어야겠다.

그것도 랄라와 얘기 해봐야지..

랄라야.

이게 바로 엄마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이다.

바로 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 말이야..!!

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