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19. 06:58

참 어렵다..

아이가 어려서는 먹고, 재우고, 놀아주고, 닦아 주고 하는 것들이 참 힘들고, 몸이 쉴틈이 없었다.

그래도 큰 고민거리는 없었던가 같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다른 고민이 생기고, 다른 문제점이 보인다.

어떻게 키우는게 옳은지 나도 모르고,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얘기와 책들의 홍수 속에서 자칫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릴까봐 나무조각 하나 굳건히 잡고 있는데 종국에는 이 나무조각이 나무 조각이 맞는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거다.

일요일에는 정말 랄라아빠와 말싸움을 하고야 말았다.

결국 랄라에 대한 교육문제지 뭐.

랄라아빠는 랄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거 같다.

본인은 그저 하라는 것 만 잘 해주는 것 그거 외에 바라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매일 매일 아이가 한시간씩 앉아서 공부한다는게 어떻게 그게 아이에게 쉬운 일이냔 말이다..

무엇보다 나를 거슬리는 것은 랄라아빠의 부정적인 태도다.

아이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둥, 제대로 하는게 없다는 둥 다른 집 아이들은 다 하는데 얘는 못한다는 둥...

도대체 그넘의 회사에는 어떤 아빠들이 있길래 애잡는 소리만 듣고 오는건지 모르겠다!!

아빠는 매일 매일 숙제를 내주고 간다.

우리집에 있는 화이트 보드 칠판은 원래 아이들 용이 었는데 이번에 이사를 오면서 아빠가 보드를 높이 달아버렸다.!!!

아이들이 만질 수 없게 말이다.

그리곤 거기에 랄라의 하루 숙제를 적어 놓고 간다.

어제의 하루 숙제는..

1. 동화책 한권 읽기

2. 한자 공부

3. 알파벳 쓰기

4. 파닉스 듣기

그리곤 퇴근하면 숙제를 다 했는지 안했는지 체크하는거다.

참 나로선 저렇게 해야 하는가 싶었지만 이부분은 랄라아빠가 꼭 고집하는 부분이라서 눈감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맘에 안드는 건 부정적이고 집요한 그 태도!!

차라리 시킬거면 시키고 말지 왜 자꾸 빈정대면서 물고 늘어지느냐 말이지.

아... 하여간 그런 랄라아빠의 태도를 보다 보다 내가 결국 일요일에 폭발하고 만 거다.

그리고 어제 출근을 했는데 고민이 되는거다.

대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가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둘이서 아이 교육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다 큰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에게 자초지종을 얘기 했더니 하는 말.

"내 언제고 너네들 그걸로 싸울 줄 알았어."

아마도 우리집에 왔다가 칠판을 보고 간 모양이다.

또 엄마한테서 들은 얘기도 있었던거 같고...

그러면서 언니가 하는 말이 '그렇게 시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랄라아빠를 바꿀수가 없다면 네가 포기해라 '다.

지금 랄라아빠가 하는 역할이 엄마의 역할인데 두사람이 다 엄마 역할을 하려 한다면 아이는 그 사이에서 저울질하면서

유리한 쪽으로 붙으려 할거니 랄라아빠가 엄마역할을 하려 한다면 너는 그냥 아빠역할을 해라 그런다.

그리고 누군가 한사람은 시시콜콜 따지지 말고 뒤에 버티고 서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춘기때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될거라는 거다..

보통은 그게 아빠의 역할인데 지금 아빠가 시시콜콜 사소한 것 까지 다 챙기니까 말이다.

아이 교육에서 아예 손을 떼버리고 뭘하든 그냥 맡겨 버리라는거다.

당장은 랄라가 하기 싫어하고, 회피하려 하겠지만 내가 매정히 돌아서 버리면 조만간 자리를 잡고 시키는 대로 따라가게 되어 있단다.

랄라아빠도 당장은 화도 내고, 신경질도 내가면서 하겠지만 아이가 바뀌면 아빠도 태도가 달라질 거라는 거다.

두사람이 다른 입장에서 참견을 하려하면 아이에게는 더 역효과가 나니 한사람이 포기해야 한다는 거다.

그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인거 같다..

랄라가 내가 있으면 숙제해라하고 했을때 자꾸 나에게 이르니까 말이다..

언니의 말대로 일단 랄라의 숙제 부분은 랄라아빠가 하는 대로 지지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랄라아빠가 조금 더 칭찬에 익숙해 졌으면 좋겠다.

숙제를 안하면 "내 그럴줄 알았어" 하고 숙제를 해 놓으면 "왠일이냐, 엄마가 시켰지!" 하는게 아니라

숙제를 안하면 "몇시까지 해. 약속 지켜" 하고 위엄있게 말하고 잘 해 좋으면 "정말 잘했다" 하고 칭찬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회사에서 칭찬 스티커 판을 프린트 해가지고 갔다.

랄라가 숙제를 다 해 놓는 날은 색칠을 해주고 한장을 다 채우면 뭔가 상을 주기로 했다.

그 상을 뭘로 줄지는 아빠랑 얘기해서 결정하라고 했다.

이걸로 아빠도 직접 말로 하는 칭찬이 어렵다면 칭찬 스티커를 하나 칠해 주는 걸로 칭찬을 대신해 주었으면 좋겠다.

랄라는 천재도 아니고, 영재도 아니다.

하지만 머리가 나쁘지는 않다.

아니 이해도가 빨라서 가르치면 바로 바로 따라올 아이다.

거기다가 고지식해서 선생님이 시키는 건 바로 해야 한다.

머리 좋고, 고지식하니 한마디로 범생이다.

범생이기 때문에 각종 규범들, 규정들, 선생님이 하라하는 숙제, 공부 다 해 갈 거다.

다만 범생이기 때문에 그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랄라가 학교에 갔을때를 걱정하기 보단 랄라가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스트레스가 폭발하기 쉬운 사춘기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우리 부모가 랄라의 마음을 지금부터 잘 열어 놓고,

우리의 마음을 잘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아이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