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를 보면 유난히 빨리 개념을 잡았다 싶은 부분이 있다.
숫자, 시간, 지도..
요런 부분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관심을 갖기 때문인지 스스로 깨우치는 것 같다.
주변에는 랄라보다 어린 아이들이 벌써 글자를 배우고 읽는 것을 보면 랄라가 그리 빠른 것도 아니지만, 엄마가 붙들고 1,2,3,4를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장난감 시계라도 두고서 시간을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묻고, 눈치로 알아낸다는 것이 대견스러울 따름이다.
지도는 예전 랄라와 일본여행을 가기전에 안방 벽에대가 한국지도와 일본 지도를 프린트 하여 전지로 붙여 주었었다.
그리고 가운데엔 대한항공 비행기를 프린트하여 붙여주고 아빠 집으로 가려면 바다가 있어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한다고 알려주었는데 그때부터 랄라는 지도는 잘도 알아본다.
어떤 지도든지...
민속촌에 있는 작은 약도부터 시작해서, 큰 세계지도까지 보고는 그 속에 작은 길을 가리키면서 "아빠 집으로 가는 길"이 있단다.
무엇보다 랄라는 관찰력이 뛰어나다.
토요일에는 계동 현대 본사에 랄라아빠의 회사 사람이 결혼식을 한다고 같이 갔었다.
역시 본사답게 건물에 현대의 역사와 현장들을 커다란 사진으로 벽을 도배해 두었는데 아빠가 인사를 하는동안 엄마는 랄라와 둘이서 손을 잡고 사진구경을 했다.
"랄라야, 이건 뭐하는 거야?"
"자동차 만들어~"
"랄라야, 이건 뭐하는 거야?"
"배 만드는 데야~"
오.. 조선소 사진을 보고 배 만드는 곳이란 걸 단박에 알아본다. '공사장'책에서 조선소를 본 탓에 금방 연결이 된 모양이다.
"엄마, 여기는 뭐하는 데야?"
"여긴 화력발전소야. 전기를 만드는 곳이야."
"엄마, 여기는 뭐하는 데야?"
"여기는 제철소야. 철을 만들어."
어디를 가도 랄라에겐 배울 것 투성이, 경험할 것 투성이다.
이번에 아빠회사건물이라고 가르쳐 주면서 자동차도 만들고, 집도 만든다고 알려준 것도 랄라에겐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결혼식장에서 피로연장으로 가는 길은 지하도를 통해서 옆 건물로 가야했다.
복도에는 커다란 물방울 사진으로 도배를 해두었는데 랄라가 보더니 "물이다~" 한다.
그리곤 곧 하는 말이..
"이게 무슨 냄새야? 수영장 냄새 나~ 수영장 같애~"
그러자 옆에 같이 가던 랄라아빠의 회사 동료분께서 말씀하신다.
"어허? 어떻게 알았지? 여기 위층이 수영장인데."
그거참..
요녀석이 수영장의 소독약 냄새를 기억한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금요일에는 아빠가 휴가를 내어 집에서 형아,누나, 랄라와 함께 있었는데 랄라아빠가 신문을 보는데 거기에 말레이지아 항공에서 맨유의 공식 후원사라고 비행기를 벌겋게 색칠하고, 거기에 박지성을 비롯한 몇몇의 얼굴을 크게 그려 놓은 사진을 보았단다.
그런데 그걸 본 랄라가 하는 말이..
"축구장 가는 비행기다~"
랄라아빠가 깜짝 놀란 것이 거기 어디에도 축구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축구장 그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벌건 색과 박지성의 얼굴뿐이건만 어떻게 알아본 것인지 모르겠단다.
내가 사진을 들고 물어보니 박지성을 가리키면서 "축구하는 발"이란다..
오호.. 요녀석 박지성의 얼굴을 기억하는가 보다.. ^^;;
일요일에는 내 지갑을 뒤지더니 랄라의 대한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찾아냈다.
그리곤 좋아라 들고 나오면서 하는 말이 "비행기 타는 카드"란다.
거기에도 비행기 그림 비스므레한 것도 전혀 없고 오로지 Korean air 라는 마크 달랑 하나다.
그런데 그 대한항공 마크를 기억하고 말하는 것 같다..
무척 마음에 드는지 자기 지갑에 쏙 끼워서 들고 다닌다..
가끔은 뜬금없는 소리로 우릴 웃게 만들기도 한다.
랄라는 소파의 등받이에 올라서기를 좋아하는데 (모든아이들이 좋아해서 거긴 포토라인이 되기도 한다.) 형아가 랄라가 올라서는 걸 보고는 따라서 올라갔다.
그 큰 덩치가 올라가니 소파가 형편없이 구겨지길래 내가 말했다.
"야, 넌 좀 내려오는게 낫겠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할머니가 웃으면서..
"이게 얼마짜린줄 아냐? 맞춰봐라."
그러자 누나, 형아가 너도나도 금액을 말해본다.
"30만원!"
"40만원!"
역시 아이들 답다.
내가 고개를 가로 젓자 금액을 올려 말해본다.
"60만원!"
"10만원!!"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랄라의 충격적인 한마디.
"오천원 밖에 안돼~"
허걱...... --;;;;
정말 웃긴 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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