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8. 07:07

룰루가 사랑하는 베게는 전혀 아기 것 답지 않은 베게다.

내가 혼수로 장만해 온 침구에 있었던 것이니 11년이나 된것이다.

다만 특별한 것이 있다면 솜이 오래 되서 낮아졌다는 점, 그리고 원래도 보들보들하니 아주 좋은 면이었는데 11년이나 지나면서 닳고 헤져서 특별히 더 감촉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녀석이 태어난지 한달도 안되었을때..

랄라도 그랬는데 밤만되면 울어대곤 했다.

안아줘도 울고, 젖을 물려도 울고, 그네를 태워줘도 울고 하다 하다 내가 지칠 때면 아빠는 그 베게위에 올려 놓고 (신생아라서 눕혀 놓으면 딱 사이즈가 맞았다.) 바닥위에 눕히고 밀었다 잡아당겼다 하면서 달래주곤 했다.

그러면 아주 좋아한다나..?

신기하게도 그렇게 해주면 조용해지던 녀석이었는데 그때부터 녀석은 그 베게에 꽂혔던 것이 분명하다. -O-

지금은 베게를 세로로 해서 위로 엎드려서 두 손은 베게를 감싸 베게 밑에 집어 넣고, 다리는 쫙 벌리는, 딱 두꺼비 자세로 엎어져서 잔다.

밤새 굴러다닐만도 하건만 오로지 베게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거다.

베게를 베고 누웠다가, 엎어졌다가, 배위로 올려서 감싸 안고 자다가 그대로 돌아서 엎어지고..

그런 베게가 두개 있었는데 하나는 정말로 닳아서 구멍이나고 올이 풀려서 버렸다.

그리고 멀쩡한 것 하나만 남겨둔 것이다.

그나마도 오래되서 어떻게든 베게를 바꿔 보려고 강아지 베게도 사줘 보고, 무려 3만원이나 들여서 새 베겟잇을 사왔는데 도통 옮겨탈 생각을 안하는거다. --;;

거기다가 이마저도 한가운데에 닳아서 헤져서 지름 4cm의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아이구.. 우리 룰루 다 키워 놓을때까지만 버티지 또 구멍나기 시작해서 어쩐다냐.." 걱정을 하신다.

문제는 그 베게를 기분이 않좋을 때면 질질 끌고 다니고, 그림을 그릴때도, 소꿉놀이할때도 끌고 다니다 보니 싸인펜도 묻고, 도장도 찍어 놓고, 음식물도 떨어뜨리고 영 더러워서 기분이 찝찝한데도 이녀석이 놓질 않으니 빨 새가 없다.

그래서!

어제밤 거사를 치루기로 했다.

녀석이 잠든 뒤에, 그 베게와 높이가 같은 다른 베게로 바꿔서 눕혀 놓고, 베게와 베게 솜을 빼서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린 거다.

밤새 잘 잤다..

그런데 오늘 새벅 5시 반쯤!

에엥~~ 싸이렌이 들리더니 점점 소리가 커진다.

녀석이 방문을 밀치고 우리방으로 와서는 "엄마! 엄마!!" 하고 찾으며 운다.

내가 얼른 일어나서 안아 올려주자 "버~ 버~~~" 하면서 서럽게 우는거다.

방으로 가자고 가리키고, 침대위를 보라고 가리키고, 베게를 찾아다니기에 안고서 같이 찾아다녔다.

여기저기 다 돌아다녀도 베게가 보이지 않자 내 품에 얼굴을 묻고 다시 잠을 자기 시작하는거다..

딱~ 베게위에 엎어진 그 자세로...

아무래도 내가 출근준비를 해야하는데 녀석을 내려 놓으면 또 베게를 찾으면서 울 것 같자 할머니는 빨아놓은 베게잇을 꺼내서 다리미로 말리기 시작하셨다.

겨우 대충 말려서 비슷한 베게솜에 끼워 놓고, 방에 데리고 가서 눕혀 놓으니 눈을 번쩍 뜨기에 "여기 베게 있지~" 하고 말해주자 베게를 확인하고는 다시 그위에 엎어져서 눈을 감는거다..

에휴...

그래도 무사히 베게를 빨았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베게위의 자세와 엄마품위의 자세가 똑같은 것이...

그럼...

엄마가 베게 대신인거냐.....???

아니지.

베게가 엄마 대신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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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