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5. 06:56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건 21개월인 룰루나 일곱살인 랄라나 마찬가지다.

단지 룰루가 생존에 필요한 말들을 배우는 거라면 랄라는 상황에 맞는 다양한 표현들을 배우고 있는 중인것이 다르겠지.

룰루는 말로써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을 열심히 늘어 놓고 있고, 매일 새로운 말들로 나를 기쁘게 해준다.

그런데 이제 랄라는 새로운 말들로 기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지도 않은 표현으로 나를 감동시켜준다.

나를 감동시킨 말 첫번째.

지난번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자기와 안놀아준다고 슬퍼 했던 다음날.

집에 있던 뻥튀기를 유치원에 가지고 갔단다.

집에 가서 랄라더러 친구들과 나눠 먹었느냐 물었더니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고, 남아서 선생님이 가지고 갔단다.

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랄라와 얘기를 나누는데랄라가 내 뒤에서 그런다.

오늘은 친구들과도 잘 놀았다고 말하면서 "엄마, 고마워~" 하고 말한다.

아.

안그래도 내가 적절히 대응한 것인가, 선생님을 만나봤어야 했나 고민이었는데 랄라의 고마워라는 말에

내가 랄라에게 고마워 졌다..

그래, 고맙다 랄라야.

그렇게 현실과 부딫히고, 견뎌내어 주어서 고맙다...

나를 감동시킨 말 두번째.

며칠전이다.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낮잠을 늦게 자고 일어난 룰루가 잠이 깨지 않아 짜증을 부리고 있다.

안아줘도 짜증이고, 업어줘도 싫다 하고, 자꾸 짜증을 내기에 그럼 밖에 나갈까 하고 물었더니 그러자 한다.

랄라는 마침 저녁을 먹는 중이었는데 따라 나서려는 랄라더러는 저녁을 다 먹고 나서 나와라 했다.

룰루와 밖에 나가 벤취에 앉아 있으니 저녁을 부랴부랴 먹은 랄라가 아이스크림 하나, 그리고 건빵봉지 하나 들고 나왔다.

아빠가 과자 사먹는 걸 싫어해서 과자를 잘 안사주었더니 할머니가 대신 건빵을 사주신 거다.

시원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랄라와 룰루와 나 셋이서 벤취에 앉아 건빵을 먹으면서 앉아 있으니 참 기분이 좋았다.

내가 "아.. 좋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랄라도 그런다.

"아.. 좋다~"

짜슥.. 랄라에게 물었다.

"뭐가 좋은데??"

그러자 랄라가 하는 말...

"음....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과~

건빵이 맛있어서 좋아."

아...

어느 시인이 말이 이렇게도 달콤할까..

그날 랄라의 말은 나에게 감동의 물결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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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