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야근을 하고 조금 늦게 집에 갔다.
8시 반쯤 집에 들어갔는데 현관문을 열자 방에서 '엄마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방을 방에 놓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룰루가 할머니 품에 안겨서 나를 올려다 본다.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로 달려들 듯이 일어서더니만갑자기 이녀석이 우왕~~하고 울면서 할머니한테 도로 안기는 거다.
내가 어안이 벙벙해 있으니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
아마도 너무 반갑고, 서러워서 우는가 보다 하신다..
울다가 나에게로 달려들어서는 내 품에 얼굴을 묻고는 펑펑 운다.
안그래도 저녁 무렵에 엄마가 올 시간이라고 밖에 나가서는, 담장 뒤에 숨어 있다가 엄마가 오면 놀래줄거라고 한시간을 서 있다가 들어왔다는 거다.
할머니가 집에 들어가자고 아무리 달래도 안된다고, 엄마 오면 들어갈 거라고 꿈쩍도 안해서 한참을 달래서 들어왔다 하니 그 시간동안 왜 엄마가 안올까 기다리면서, 이차, 저차 다 지나가는 동안그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실망이 차곡 차곡 쌓이고 있었던 것일까.
그 쌓인 실망이 원망이 되고, 엄마를 만난 반가움이 복받쳐서 그냥 울음이 나와 버린 거겠지.
꼭 끌어 안고 달래주자 울음을 그치고 나더니 그제서야 "엄마, 우리 이제 뭐하고 놀까?" 하고 말을 건다.
요즘 이녀석은 엄마와 이것 저것 놀이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이거하자, 저거하자며 계속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이들이 잘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잠시동안 룰루가 좋아하는 거꾸로 매달고 돌아다니기도 해주고, 소꿉놀이도 하고, 달리기 시합도 하고, 오빠랑 태권도도 하며 놀아주고 나서 9시가 조금 넘어 양치를 시키고, 자라고 들여 보냈다.
랄라는 이제 자라서 엄마의 절대적인 시간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다.
늦으면 늦는 대로,아쉬우면 전화를 하고,보고 싶으면 내가 출근하기 직전, 새벽6시경에 일어나서 안방으로 넘어와서 나를 꼭 끌어 안고, 잘가라고 뽀뽀도 해준다.
아쉽더라도주말을 보내면 되니까 랄라는평일에는 엄마가 늦는다는 것에 대체 크게 불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룰루는 아직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엄마라는 자리가 아직은 룰루에게 너무 큰 빈자리다.
룰루가 조금 더 클때까지는 힘들더라도 내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지..
룰루야. 오늘도 엄마가 늦을 건데...
주말에 우리 식구, 가을 여행을 가니까 거기서 엄마가 실컷 안아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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