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에 랄라와 아빠는 상주 할아버지댁에 시제를 지내기 위해 내려갔다.
룰루와 나는 아침 늦게까지 실컷 잤다.
일주일동안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는데 딸과 함께 계속 자다 보니 10시까지 잤다.
룰루는 눈을 뜨자마자 "오빠는?" 하고 오빠를 찾는다.
오빠는 유치원에 갔다고 둘러댔다.
밖을 보니 햇살이 들어오는 것이 날씨가 꽤 좋을거 같았다.
집에만 있기는 아쉽고 룰루는 일주일동안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자동차 타는 걸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룰루를 데리고 가까운 민속촌에 가보기로 했다.
가만보니 오빠없이 엄마랑 단둘이 놀러가 본 적이 없는 룰루다..
룰루더러 엄마가 운전해야 하니 뒷좌석에 가만히 앉아 있는거라고 당부를 했더니 가는 내내 조용했다.
민속촌으로 들어섰더니 와.. 양옆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수 떨어지는데 꼭 영화의 한장면 같았다.
그걸 보자 룰루가 뒤에서 "꺄야~~~!!!" 하고 소리를 지른다.
차도에까지 소복하게 쌓인 은행잎을 흩날리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니 제법 날이 쌀쌀하다.
그래도 다닐만 한 날씨다.
유모차를 가지고 갈까 하다가 딸 손잡고 천천히 걷지 싶어서 놓고 왔는데 잘한거 같다.
엄마랑 첫나들이인데 룰루가 원하는 것을 한번 사줘야겠다 싶어서 입구에서 룰루에게 헬륨 풍선과 바람개비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원하는 걸 골라봐라 했더니 수줍어 하면서 고르질 못한다.
룰루는 할머니랑 지내서 그런지 이상하게 엄마랑 둘이 있으면 좀 수줍어 하고, 아빠랑 둘이 있으면 아주 긴장을 한다.
그래서 그럼 그냥 갈까?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이다.
그럼 나중에 사자 하고 민속촌으로 들어갔다.
룰루가 들어가면서 하는 말.
"나중에 아빠가 사준대~~~"
ㅎㅎㅎ 이녀석 물건 사는 건 아빠만 해줄줄 아는건가?
그러더니 한동안은 룰루가 내옆에만 찰싹 붙어 있는거다.
이녀석이 이렇게 조용한 녀석이 아닌데..
엄마가 윳을 한번 던져봐라 하고 줬더니 휙~ 던져 버리고..
집밖으로 나와서 엿을 하나 사줬더니 엿을 하나 오몰오몰 하고는 저렇게 새초롬...
이녀석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가 싶어서 바위위에 앉아서 쉬어가기로 했다.
그러자 잠시뒤.. 까치들을 보더니 까치야~ 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곤 소복하게 쌓인 나뭇잎을 모아서 가지고 놀았다.
룰루와 나이가 같은 한 여자아이가 와서 같이 놀았다.
그아이의 아빠가 군밤을 하나 까서 룰루에게 주었는데 야금야금 맛나게 먹은 룰루가 밤을 더 달라한다.
그러자 친구의 아빠가 하나 더 주셨는데 먹고는 또 찾는다.
에구.. 이러다가 그 친구네 밤을 다 뺐어 먹을거 같아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
그런데 가다보니 군밤을 파는 곳이 있네?
그래서 군밤을 한봉지 사가지고 광장쪽으로 갔지.
군밤을 어찌나 맛있게 잘 먹는지.. ㅎㅎㅎ
역시 룰루는 시골틱한 식성이다.
그때부터 조금씩 기운이 난 룰루.
춥다고 해서 엄마가 안아주었더니 뽀뽀세례를 퍼부어 준다.
완전 새침떼기라서 엄마가 뽀뽀하면 "왜그래~ 하지마~~" 하던 녀석이....
밤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물이 먹고 싶다고 해서 장터로 갔다.
장터에 가서 룰루가 좋아하는 잔치국수 하나 시키고, 내가 먹고 싶었던 굴전하나 사가지고 자리를 잡으니 룰루가 춥댄다.
장터국수집 옆에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방이 있던데 거기로 가보자 해서 데리고 갔더니 안쪽에 자리가 하나 비어 있다.
방안이 뜨끈뜨끈한 온돌방이다.
룰루는 들어서자마자 양말부터 벗는다. ^^;;
나는 굴전 한접시를 다 먹고, 룰루는 국수를 한그릇을 거의다 비웠다.
와.. 먹고 나니 배부르구나~
그럼 이제 물레방아쪽으로 건너가 볼까?
물레방아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룰루.
해가 저물어가서 날이 쌀쌀해지는데 룰루는 이제는 춥지 않다고 집에 안가겠다 한다.
냇가로 가서 물속에 돌던지기만 30여분을 했나...
룰루 춥지?
"아아아아~~~~니~~~~~~~~"
사람들이 외나무 다리를 건너오는 걸 보고는 우리도 건너 보자 한다.
그래서 룰루의 손을 잡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가는데 다리의 끝 2미터쯤 전에서 룰루가 딱 멈춰선다.
"룰루야. 계속 가야지."
"아니야~~"
앗.. 내 뒤에는 한 남녀가 뒤따라 오고 있는데..
"룰루야. 뒤에서 사람들이 기다리잖아. 얼른 가자!"
"아니야~ 여기 돌!!!"
아이고..
간신히 한걸음을 떼었는데 다시 딱 멈춘 룰루!
"엄마, 여기 돌이야!!"
"그래. 얼른 가자~~"
"아니야. 여기 돌~~!!"
다리를 보니 그제야 다리 위에 돌이 박혀 있는게 보인다.
"아. 여기에 돌이 있다고?"
"응!"
하고는 다리끝까지 간신히 넘어 갔다. ^^;;
뒤따라오던 두 남녀는 뒤에서 킥킥댄다.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룰루 요녀석은 집에 갈 생각을 안하네?
춥다고 해서 안아주니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천천히 걷다보니 그네있는 곳까지 왔다.
앗..이거 한시간짜리인데 룰루가 고개를 들기전에 얼른 지나가야겠다 싶었는데 고개를 든 룰루의 눈에 딱 걸리셨다. ^^;;;
결국 제일 기다란 그네를 하나 잡아 앉으셨다.
그네줄이 길다 보니 한번 밀어주면 한참을 간다.
룰루가 신이 나셨지...
그런데 어쩐다. 이제는 내릴 생각을 안한다. ^^;;
옆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다른 쪽으로 가고...
"룰루야 그만 가자."
"싫어!!"
그런데 잠시 사이 우왕소리가 들리더니 룰루가 그네에서 뒤로 벌러덩 떨어졌다.
그네가 높지 않고 모래위라서 아프지는 않았을거 같긴 했는데 우왕 울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괜찮아!" 하고는 그네를 냉큼 부여잡는다.
허걱이다...
다른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룰루의 귀에 대고 '룰루야, 풍선 사러 가자' 하고 말했더니 녀석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녀석 아까 풍선을 못사서 상당히 아쉬웠던 거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풍선을 들고 있으면 "엄마, 풍선이다~ 룰루꺼는 어딨지?" 하고 말했던 것이지.
그러더니 룰루가 속삭이는 말.
"엄마가 골라줘.."
하하.. 녀석이 아무래도 많은 것들 속에서 뭘 사야 할지 몰랐던가 보다.
한참동안 화장실을 안간 거 같아서 화장실에 갔다가 밖으로 나왔다.
놀이동산쪽으로 갔더니 헬륨풍선을 판다.
룰루꺼는 하트모양의 분홍색 풍선을 샀다.
나중에 오빠가 보면 자기거는 없다고 서운해 할거 같아서 랄라껏도 유캔도 그림이 있는 풍선을 하나 더 샀다.
풍선을 들고는 신이나신 룰루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룰루는 풍선을 꼬옥~ 쥐고 잠이 들었다. ^^
그리곤 내리 네시간을 주무셨다지. ㅎㅎㅎ
눈을 뜨자마자 풍선을 보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풍선부터 잡았다.
어제저녁때는 놀면서 하는 말.
"엄마랑, 오빠랑, 아빠랑, 룰루랑~~ 상주 할아버지 집에 갈꺼야??"
한다.
헉.. 이번주에 상주에 가야 한다는 걸 언제 들은 것이냐..
그런데 어쩐다.
룰루야, 이미 아빠랑 오빠 둘이만 갔거든??
하루 엄마랑 둘이 있으면서 너무 좋았던가...
밤에 할머니가 오셨는데도 엄마랑 잘거라고 안방으로 넘어왔다.
평상시 같으면 왔다가도 다시 베게 들고 할머니방으로 가는데..
주섬주섬 할머니방으로 다시 가는가 싶더니 잠시후 다시 우리방으로 넘어온다.
그리곤 덥다고 옷을 벗겨 달란다.
룰루는 항상 옷을 훌러덩 벗고 팬티바람으로 자는 버릇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집이 아직 난방을 안한다는 사실이다. --;;;
그렇게 훌러덩 벗고 자면서도 감기안걸리는거 보면 참 신기하다.
낮잠을 너무 많이 자서 잠이 안오는 룰루가 한참을 뒤척이더니 간신히 잠이 들었다.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어 보니 새벽 한시다.
아침이면 나는 출근준비를 해야하는데 내가 일어나는 소리에 룰루가 깰까봐 주섬주섬 내복을 다시 입히고 안아다가 할머니 옆에 눕혀 놓고 왔다.
한참을 자는데 문앞에서 우왕 소리가 나더니 할머니가 안방문을 열어주신다.
그러자 거기엔 룰루가 베개를 끌어안고 서 있는거다. 허걱...
다시 주섬주섬 우리 침대로 들어오더니 또 덥다고 옷을 벗겨 달란다.
다시 옷을 벗기고, 나도 잠이 들고...
이녀석이 내 배개위에 엎어져서 자고 있는데 자면서도 저녀석 저기서 한걸음만 앞으로 가면 떨어질텐데 하면서 잠이 들었다.
잠시뒤 뒤척이는 소리에 선잠이 깼는데 불현듯 녀석이 떨어질거란 생각이 들어서 번뜩 고개를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녀석 머리부터 허리까지는 침대밑으로 내려가있고 두 다리만 버둥버둥대고 있는거다.
녀석을 잡아끌어서 다시 눕혀놓으니 고대로 자고 있다. ^^;;;
새벽 6시 10분전, 내 핸드폰의 알람소리에 깨어보니 룰루가 팬티 바람으로 배게를 끌어 안고 자고 있네.
아무래도 내가 머리감는 소리, 머리 말리는 소리에 깰거 같아서 베게와 같이 슬쩍 들어올렸는데..
번쩍.
이녀석이 두눈을 동그랗게 뜨는 거다. 헉...
"룰루야, 할머니 방에 데려다 줄께~~"
"아~~~~~니~~~~~~"
"여기서 잘거야?"
"응!!"
--;;;
괜히 데려다 놓았다가는 울어대서 할머니, 오빠까지 깨울거 같아 그대로 다시 눕혀 놓았다.
조용히 준비를 하고, 나오기전에 아빠더러 "이따가 슬쩍 떠다가 할머니 옆에 눕혀 놓고 가 " 했더니 알았단다.
쩝...
일요일 민속촌에 놀러갔던 것이 그렇게도 좋았던건가...??
그런데 어쩌나.
아침에 엄마가 없는 걸 알면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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