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7. 07:08

랄라를 키울때는 타고난 재능보다는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더 많다고 여겼는데 룰루를 보면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가 보다 싶다.

어쩜 그리도 생각이 기발한지 놀랍고, 또한 사람의 기분을 알아채는 능력, 곧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놀라게 된다..

1. 거북이 같애

엊그제 이천의 한 쌀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아빠와 오빠는 자판기에서 차를 뽑는다고 나오지 않았는데 밖으로 나온 룰루가 문앞에서 꼼짝도 안하고 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보는거다.

춥다고 안에 들어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꼼짝도 안하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룰루야. 뭐하는거야?"

그러자 대답한다.

"엄마, 저거 거북이 같애"

뭘보고 그러는건가 바닥을 보았더니 아스팔트에 물이 떨어져서 얼룩이 진 모양을 보더니 그러는거다.

"룰루야, 그럼 머리는 어디야?"

하고 물으니.. 룰루가 가서 동그스름한 위쪽을 짚으며 "여기가 머리야" 하고 말한다.

그렇게 듣고 보니 머리를 쭈욱~ 내민 거북이 형상이다.

그리고는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 본다..

내참.. 이녀석은 참 생각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2. 할머니의 웃음을 눈치채다.

어제있었던 일이란다.

요즘 룰루는 색칠공부를 한참 하고 있다.

예전에는 망쳐서 괴물이 되버렸다고 화를 내더니 어느새 색칠하는 솜씨가 늘어서 이제는 모양 안쪽으로 꼼꼼하게 색칠을 한다. 랄라는 어림도 없던 손놀림이다.

어제는 뽀로로 얼굴을 칠하는데 안경부분이 너무 작아서 룰루가 눈안까지 다 칠해 버렸단다.

그러자 할머니가 감은 눈이 생각이 나서 허허허허 하고 웃으셨단다.

그러자 룰루의 얼굴이 싹~ 달라지면서 "뭣땜에 웃는거야?" 하고 묻더란다.

그래서 할머니가 황급히 "잘해서 그렇지!"하고 대답하셨다는데..

이미 상황을 눈치챈 룰루!

계속해서 "뭣땜에 웃어! 뭣땜에 웃어!" 하면서 다그치더니 화를 내면서 그리던 그림들을 다 팽개치더라나.. ^^;;;

할머니.. 웃음 한번 잘못했다가 된통 당하셨단다... 허허허허..

3. 순서를 기가 막히게 맞추네.

이건 아주 오래전 일인데 잊기전에 기록해야겠다.

아마도 서너달쯤 전일거다.

차를 타고 가는데 룰루가 지겨워 지기 시작했다. 양말을 벗고 발가락 놀이를 하다가 룰루의 엄지 발가락부터 시작해서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엄지발가락은 아빠 발가락~

두번째 발가락은 엄마 발가락~

세번째 발가락은 할머니 발가락~

네번째 발가락은 오빠 발가락~

다섯번째 발가락은 룰루발가락~

그러자 룰루가 다섯 손가락을 쭈욱 펼쳐보인다.

이번엔룰루에게 물었다.

"아빠 손가락은 뭘까?"

나는 룰루가 엄지 손가락부터 짚을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룰루는 가장 큰 중지를 짚는다.

"그럼 엄마 손가락은 뭘까?"

그러자 다음번으로 기다란 검지 손가락을 짚는다.

"그럼 할머니 손가락은 뭘까?"

다음번 짚은 손가락은 약지 손가락이다.

"오빠 손가락은?"

그리고 짚은 것은 엄지.

"우리 룰루 손가락은?"

마지막 새끼를 짚는다.

속으로 엄청 놀랐다.

이녀석 손가락의 크기대로 짚은거다...

4. 누웠는데도 할머니가 안오잖아!!

어제 감기 몸살기가 있어서 조금 일찍 퇴근을 했다.

내가 집에 가자 한참 목욕을 못가셔서 몸이 찌뿌둥했던 할머니가 저녁을 드시고 목욕을 다녀오고 싶다신다.

그러시라 하고 할머니가 준비를 하자 눈치챈 룰루가 자기도 따라간다고 울기 시작했다.

대충 할머니를 보내고 우는 룰루를 달래며 "할머니 좀이따 오실거야. 자기전에 올거야~" 하고 말했다.

한참 룰루와 퍼즐 맞추기를 하며 놀고.. 9시가 조금 넘어서 이제 잘시간이다 하며 양치를 시키고 불을 끄고 다같이 누웠다.

잠시 가만히 누워있던 룰루가 벌떡 일어나더니 화를 버럭 내면서 외치는거다.

"그런데 누웠는데도 할머니가 안오잖아!! 우앙~~~"

컥..

자기전에 올거라는 말을 기억한거다... ^^;;;

결국 아빠가 와서 한참을 놀다가 할머니를 맞이하고 더 한참을 놀다가 잠이 들었다지..

5. 엄마는 노래나 부르시지?

무엇보다 놀라운 룰루의 재능은 퍼즐맞추기다.

모양을 보고는 바닥을 열심히 찾아 맞는 곳에 꼭 끼워 넣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맨바닥에 옆에 아무것도 없어도 자리를 찾아 끼운다. 40조각자리 퍼즐을 다 맞추니 확실히 재능이 있다.

어제밤에도 한반도의 공룡 퍼즐을 맞추며 놀았다.

한참을 맞추다가 룰루가 그런다.

"엄마, 요리볶꼬~ 해바"

뭐? 무슨 요리를 뽂아???

"요리뽀꼬~ 말이야.."

그게 뭔가 한참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둘리 노래였다.

아.. 그것도 몇달전에 차안에서 한번 불러준건데..

"요리보고~ 조리봐도~ 말이야?"

"응!"

그래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룰루는 혼자서 퍼즐을 맞춰갔다.

그런데 한조각이 위치는 맞았는데 돌려서 자꾸 못끼우고 있는거다.

보다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내가 한마디 했다.

"룰루야. 돌려야 될거 같은데?"

그러자 룰루가 고개를 들더니 하는 말.

"엄마는 노래나 부르시지요?"

컥....

이게 29개월짜리 입에서 나올 소리냐고????

엄마.. 그자리에서 할말을 잊고 말았다지..^^;;;

도대체 29개월짜리가 이러면 여섯살 일곱살에는 어떤 녀석이 되어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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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