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2. 25. 21:50

금요일 밤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수요일엔 부서 회식, 목요일엔 예전 회사 입사동기 모임이 있어 짐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내가 짐을 챙기니 랄라가 와서 자꾸 묻는다.

"엄마, 어디 갈라고?"

"글쎄, 어디 갈까?"

"홈플러스 갈라고?"

"홈플러스 가고 싶어?"

"난 홈플러스가 제일~ 좋아~~"

ㅎㅎㅎ

랄라에게 말을 하면 계속 언제가냐고 5초 질문을 해댈 것이기 때문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고, 또 퇴근하여 온 고모와, 할머니, 랄라, 나 이렇게 다섯이서 속초를 향해 출발했다.

"야~ 신난다~!!"

랄라는 짐을 챙겨들고 어디로 간다는 사실이 신나는가 보다.

하긴 요 몇주동안 꼼짝도 않하고 집에 있긴 했다..

12시가 다 되어서 현대설악파크에 도착했다.

가는 내내 잠이 들었던 랄라는 콘도에 도착하자 바로 눈을 뜨고 일어선다.

그리곤 "엄마 여기가 어디야?" 하고 묻는다.

콘도라고 말해줬는데 이녀석, '고모네 집' 이란다..

금요일 밤은 짐을 풀고 바로 잠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밥을 해 먹고, 천천히 나섰다. 일단 설악산에 왔으니 케이블카라도 타봐야지..

아침에 고모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쇼핑백을 건네준다.

와.. 멋진 랄라의 모자다.

고모가 사준 모자를 쓰고, 호텔 로비에서 신이났다..

어딜 가도 트리만 보면 "클수마스다~!!"하고 외친다..



모자는 귀마개를 위로 올릴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서 턱밑에서 버튼을 채울 수 있는데 내내 참 요긴했다..

따뜻하기도 하고..


설악산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들어갔다.

입구에는 수학여행 필수 사진 코스인 라인온스크럽의 곰동상이 보인다.

역시나 모든 사람들이 거기서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 있다.

우리도 한장 찍고 올 것을..

우린 바쁘게 케이블카를 향해 갔다.

예전엔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렸던 것 같아 랄라아빠더러 미리가서 줄을 서 있으라고 보냈는데 최근에 시스템을 바꿨는가 보다.

가서 표를 끊으면 정해진 시간에 가서 타면 된단다.

15분 뒤 표를 끊어와서 우린 밖에서 잠시 기다렸다.

걱정했던 것보다 날이 따뜻해서 돌아다니기 참 좋았다..

랄라가 내려오는 케이블카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러자 안에 있던 사람들도 같이 손을 흔들어준다.

11시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을 올랐다.

새 케이블카로 바뀌어서 깨끗하고, 조용하다.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도 한번 봐주고..

랄라는 일본에 갔을때 본 적이 있는지라 보자마자 돈을 넣어달라고 졸랐다..



음.. 설악산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



왜 이렇게 새삼스러운 건지..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가족사진이 한장 나왔다.

같이 온 고모가 한장 찍어 준 것이다. ㅎㅎㅎ



랄라와 할머니, 나는 전망대에서 구경을 하고, 랄라아빠와 고모는 위쪽으로 더 올라갔다 왔다.

사실은 고모가 사라졌기에 혼자서 올라갔다오려나 보다 했는데 나중에 내려오는 고모가 하는 말.

우리가 사라져서 위로 올라간 줄 알고 가서 한참 찾다가 오는 길이랜다.. ^^;



전망대에서 할머니가 호떡을 사주셨다.

따뜻한 호떡이 참 맛있다..



그러나 랄라는..

내내 배타러 가자고 조른다.



아침에 출발할때 고모가 장난으로 저 위에 올라가면 배타러 간다고 했더니만, 올라와서 계속 배를 찾았다. --;;;




그래서 어쩌라고..

"랄라야, 등대 보러 갈래, 배타러 갈래?"
"등대 보러갈래."

"배 안타두 돼?"

"배 타두 돼!"

허걱. 배 타두 됀다는 말은 또 뭐람.

"등대 보러 갈거야, 배타러 갈거야?"

"등대 보고, 배 탈래~"

하는 수 없이관광안내 책자를 뒤져서 유람선 타는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잠수함이 있는 코스가 있어서 전화해봤더니 파도가 높아 운항을 안한단다.

다른 유람선 코스를 알아봤더니 거긴 운항을 한다고 하여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

20분뒤 출발하는 유람선 코스가 무려 70분!!!

허걱..

70분이나 유람선을 타야한다고?

40분 코스가 있기에 이건 언제 출발하냐 물으니 10명이 넘어야 출발하기 때문에 언제 갈지 모른단다. --;;;

어쩔 수 없이 70분 짜리 유람선을 탔다.

새우깡을 사들고, 랄라아빠가 혹시나 하여 멀미약을 사와서 할머니와 나 둘이서 한병씩 마셨다.

배가 출발하자 뒤로 갈매기들이 달려든다.

준비해 간 새우깡을 던져주니 개떼처럼 몰려 드는군.. --;;



랄라가 그토록 소원하던 등대도 있다!

정말 배타고, 등대도 보았다..





처음엔 좋았지..

갈매기 구경도, 등대 구경도 끝이 나고, 배는 한참을 바다를 향해 간다.

도대체 볼 게 뭐가 있다고 저 망망한 바다위를 70분이나 운항을 하는 것인지..ㅠ.ㅠ

거기다 파도가 높아 배는 이리 출렁~ 저리 출렁~

거의 죽음이다. --;;;

그리곤 이 모든 일의 장본인!!!

랄라는.. 배를 탄 지 한 20여분 뒤..

요렇게 되버렸다!



오, 마이 갓..

나머지 어른들은 출렁이는 배 속에서 뛰어 내리지도 못하고, 얼굴만 노래진 채로 50분을 참아야만 했다.. ㅠ.ㅠ

결국 나도 그냥 덩달아 잠을 청했다.

간신히 배가 육지에 도착을 하고..

모두들 걱정을 한다.

"설마 랄라 요녀석이 내리자 마자 배 타러 가자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다행히도 내리는 순간 잠이 깬 랄라.

랄라에게 배를 확실히 보여주고 분명히 배를 탔음을 단단히 확인시켜 주었다.. --;;

너무 배위에서 고생을 한 터라 랄라아빠와 고모더러 알프스 스키장으로 가고, 할머니와 나 랄라는 콘도로 돌아가서 온천이나 하겠다 했다. 랄라 아빠더러는 오는 길에 저녁 횟감을 사오라 하고, 우린 콘도로 돌아왔다.

콘도에 있는 온천엘 갔는데 와.. 물이 참 좋다.

한참을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와 방으로 들어오니 솔솔~ 잠이 온다.

한시간 가량을 잤는가..

랄라는 잠자는 엄마와 할머니를 깨워 보려 용을 쓰다 결국 포기하고 혼자서 놀았다.

아빠와 고모가 횟감을 사가지고 돌아왔는데 스키장엔 갔다가 시간이 안맞아서 주변을 돌아다니다 왔댄다.

저녁을 먹고~

랄라가 그토록 노래하던 볼링장엘 갔다.

랄라는 걸레 들고 튀어 나오는 공들을 열심히 닦는다. ^^;;

두게임을 치고 방으로 돌아오는데 랄라는 자꾸 또 볼링장엘 가자 한다.

방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눈뜨자마자 랄라는 볼링치러 가자고 조른다.. --;;;

새벽에 눈발이 조금 날린터라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바람도 새차고, 어제보다 훨씬 춥다.

대포항에 가서 할머니가 사고 싶어하신 미역을 사가지고 가기로 했다.





랄라는 물고기구경에 넋을 잃었다..



오징어 순대가 참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앗.. 바구니를 탈출한 오징어닷..!!

랄라왈..

"아저씨가 줏어야지~!!"






미역, 반건조 오징어, 쥐포를 사가지고 집으로 출발~

고속도로가 많이 밀려서 국도로 빠져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다섯시간이 걸렸다.

랄라는 뒤쪽 트렁크에 넘어가더니 짐들을 풀어 헤치고, 작은 둥지를 만들어 거기에서 잠이 들었다지.. ^^;;


집으로 돌아온 랄라는 기분이 참 좋은가 보다.

그래도 집이 제일 좋은 것인지..

"멍아파트다~!!!" 하며 좋아했다.

저녁엔 크리스마스 선물을 랄라 몰래 트리 밑에 두었더니 발견하자마자 좋아라 뜯어 본다.

공구 세트인데 랄라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잠자러 들어가는 순간까지 들고 다녔다.

오늘도 하루종일 뭔가를 고치러 다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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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