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가 방학동안 학원도 안가고 너무 놀은 탓인지 그 많은 시간을 주체 하지 못하고 게임시간이 점점 늘어갔다.
아무래도 할머니와 함께 있다 보니 할머니는룰루와 보시느라 정신 없으시고 해서 아이와의 긴 말싸움의 과정을 쉽게 포기하시는 탓도 컸겠지. 거기다가 이녀석의 특성도 한몫했다. 한번 빠져들면 정신없이 빠져드는 거...
그러다보니 점점 길어지는 컴퓨터와 게임의 시간.
주로 닌텐도의 마법천자문, 그리고 한자마루의 게임....
둘다 학습과 연결된 부분이라고 하지만 랄라의 상태는 우리가 보기엔 점점 위험수위로 다가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웠던 것이 한자에 빠졌을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상에서 게임와 연관되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항상 게임의 단계와 적을 상상하고, 얘기하고, 연결짓고...
거기다가 큰 문제는 정해진 게임시간을 지키질 못했고, 약속시간이 넘어가서 그만하라고 하면 버럭 화를 냈고, 또 엄마를 속이기도 했다.할머니께는 엄마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까지 하면서.
아무래도 게임은 스스로 완료될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는 것이, 그리고 그게 랄라의 정서를 해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들 할만큼 하면 스스로 그만두는 때가 온다고 하였는데 그러기엔 랄라가 너무 어렸고, 그 과정에서 해치는 랄라의 심성이 문제였지.. 부모와의 갈등이 길어지면 결국 사이가 멀어지게 되니 어떻게든 결정을 해야 했다.
전적으로 놔주던가, 아예 안하도록 바꾸던가..
하루에 정해진 시간을 지키도록 하는데 정말 긴 시간동안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해 봤는데 소용없었다.
손바닥또 때려 봤고, 편지로 사정도 해봤고, 사랑하니 사랑하는 만큼 들어달라고도 해봤고..
그래도 막상 컴퓨터 앞에서면 그걸 못하는 것이 이녀석은 외곬수라서 더 한거 같다.
그래서 생각해 본 방법.
인터넷에서 게임중독 자가진단표를 출력해서 아빠와 함께 확인해 보도록 했다.
게임중독 자가진단표가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데 간단히 O,X 가 있는 방식과 1,2,3의 가중치를 주는 방식이 있는데 아무래도 OX가 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 표를 두고 아빠가 많은 부분 O로 유도를 했지.
실재로 20개중 17점이나 나와버렸고, 게임 중독으로 판정!
엄마랑 아빠가 아이를 두고 상의를 했다.
"어떻게 하지? 중독이네?"
"그러게.. 병원에 데리고 가야 겠다."
"그럼 어떻게 해? 입원 시켜??"
"약물 치료부터 해야 하는거 아냐?"
"음..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몰라.."
(그동안 랄라는 아주 아주 걱정스런 얼굴로 듣고 있었징..)
한참을 상의하다가 랄라에게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
아주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엄마! 내가 고쳐 볼께!"
ㅎㅎㅎ
" 중독은 네가 혼자 고쳐 볼만한 것이 아니야., 엄마는 엄마와 약속할때의 네가 엄마를 속이거나, 거짓말한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때는 엄마와 약속했고, 엄마는 그걸 믿어! 하지만 게임만 보면 머리속으로는 하지말아야지 생각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되고, 머리가 내리는 명령을 몸이 듣지 않는 것, 그것이 중독이고 병인거야.."
그러자랄라 왈.
"엄마, 내가 어떻게든 고쳐 볼께~!"
그쯤에서 랄라의 손을 덥썩 잡고 그랬다.
"좋아. 엄마가 한번 믿어보겠는데 아주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단다."
'먼데?"
"정말로 네가 혼자 고칠 수 없으면 그때는 꼬옥 엄마에게 얘기해 줘야 해."
"왜?"
"왜냐하면 너가 혼자 고칠 수 없으면 엄마가 도와줘야 하니까.."
그러자 어떻게 도와줄거냐고 묻는다.
"컴퓨터만 보면 하고 싶어지니까 집에서 컴퓨터을 아예 없애 버릴수도 있고, 또 아니면 엄마랑 다른 방법을 같이 생각해 보자"
"그래도 안되면?"
"그때는 병원을 갈 수도 있겠지.."
그러자 정말 스스로 고쳐보겠다고 결심을 하는거다. ㅎㅎㅎ
그 뒤로...
다시는 게임얘기도, 컴퓨터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게임기와 컴퓨터를 놓은 주말은 밖에 나가서도 잘 놀고,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훨씬 주말이 풍부해졌다.
자전거도 타고~
한 2주가 지났는데 주말에도 게임은 입에 담지도 않는다.
혹 심심하다~ 하면 "너 게임생각이나서 그러는거지?" 하고 물으면 정색을 하면서 "아니야!!" 한다.
그러다 한번은,..
"엄마, 내가 혼자 고칠 수 없으면 엄마한테 말하라고 했지?"
"그래. 근데 혼자서 안되니? 도와줄까?"
"아니~ 나 혼자서 고칠 수 있거든!!"
ㅋㅋㅋㅋ
할머니 말씀으로는 낮에 할머니께서 게임을 조금 허용해 주신다고 한다.
네가 약속을 잘 지키면 되는거니까 조금만 하고 숙제를 해라 하면 조금 하다가 할머니께서 30분뒤에 시간됐다 하면 발딱~ 일어나주신다고 그정도면 되지 않겠냐 하신다.
나도아예 안하는 걸 목표로 한게 아니라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고, 게임의 유해함을 알면서 스스로 콘트롤 할 수 있다면 된거다 하는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거 같아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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