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휴가와 출근을 반복하며 36주를 버텼다.
그러다 8월의 마지막 주엔 조금 욕심을 냈던 것이 문제였던가...
월,화,수 출근때만 해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수요일 저녁에 친한유준맘의 생일 파티를 한다고 저녁을 먹고 집까지 걸어가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목요일 점심엔 팀 회식으로 가까운 식당으로 갔다.
나때문에 가까운 식당을 고른 것 같고, 이제 회식도 출산 전에 마지막 일 듯 하여 힘들게 점심을 먹고 왔다.
그런데 목요일 오후가 되자 배가 엄청 땡땡해 지더니 풀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아무래도 퇴근버스 타고 집에 가는 것은 너무 무리일 것 같아 랄라아빠가 랄라를 데리러 오는 시간까지 휴게실에가서 누워서 기다리다가 같이 집에 가기로 했다.
랄라아빠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랄라를 데리러 갔더니 오래간만에 엄마가 데리러 오자 랄라가 너무 좋아했다.
저녁은 집근처에서 간단히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날..
밤이되자 또다시 주기적인 배뭉침이 시작됐다.
새벽이 되어갈수록 배뭉침은 아랫배에 살살 통증까지 함께 왔다.
시간이 지나면 진정이 될까 싶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통증은 5분간격으로 일정하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랄라아빠에게 말하고 랄라아빠는 랄라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휴가를 냈다.
아침 진료시간이 되어 병원에 갔더니 바로 분만실로 가라고 한다.
10시경 분만실에 가서 태동검사를 했더니 진통이 잡힌다.
간호사가 내진을 하기에 오늘 애를 낳는거냐고 물었더니 자궁이 이미 2센티가 열렸단다.
아직 36주 초인지라 의사 선생님께서 아기몸무게를 보고 결정할 일이겠지만 낳을 것 같단다..
간호사가 보고나자 바로 이슬이 비치기 시작했다.
정말 아기가 나오려는가...
잠시뒤 의사샘님이 초음파를 보더니 한참을 고민하신다.
아직 36주 초이니 분명한 조산이라며 아기가 혹여 호흡기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단다.
물론 대부분은 괜찮긴 하지만 주말이라서 고민이시란다.
아기가 문제가 있을 경우 큰병원으로 보내야 하는데 주말이니 의사들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기다렸다가 월요일에 낳는 것이 어떤지 고민중이신거다..
나에게 어떻게 할지 물으시기에 그럼 조금더 참았다가 낳는게 좋겠다고 했다.
결국 진통억제제를 맞아가며 입원해서 월요일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진통억제제를 맞더라도 중간에 양수가 먼저 터진다거나 진통이 시작될 수도 있단다.
그럼 어쩔수 없이 낳는 수밖에 없다나..
해서 11시경부터 진통억제제를 맞아가며 태동검사를 했다.
주기적으로 보이는 자궁수축이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데 12시까지 수축은 계속 잡혔다.
일단 입원실에 가서 기다리다가 4시경에 다시 검사를 받고 수축이 잡히지 않아야 한다고 점심은 금식을 하란다.
혹 아기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
윽.. 아침도 굶고 갔는데 점심까지 굶어가며 입원실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4시경이 되어 다시 태동검사를 받아보니 다행히 수축이 안잡힌다.
다행히 저녁밥이 나와서 저녁을 먹는데 아우.. 진통억제제의 부작용이 손이 떨리고 온몸에 열이오르며 숨이차는 증상이 있다. 도대체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을 수가 없을 만큼 손이 떨렸다..
이렇게 하여..
랄라아빠가 말하는 첫번째 애나온다~ 뻥이 시작되었다.
둘째날과세째날
그렇게 금요일에 입원을 해서 월요일까지 버텨야 했다.
그런데 일요일이 되자 주기적인 배뭉침이 다시 잡힌다. 부랴부랴 다시 분만실로 가서 태동검사를 했다.
간호사가 아이를 낳게 될수도 있다고 하기에 랄라아빠에게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5분간격으로 자궁수축이 보이고, 다시 이슬도 비쳤다.
당직의사 샘님은 수축이 보이나 강도가 높지 않아서 이정도로는 아이가 내려오지 않을거라고 자리에 가서 가만히 누워있으란다..
이래서 또다시 본의 아니게 두번째 뻥이 되었다.
네째날..
무사히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을 맞았다.
월요일까지도 자궁 수축은 계속 됐다.
드디어 오늘 나오는 건가!
혹시나하여 간호사에게 진통억제제를 빼면 바로 애를 낳는거냐고 물으니 대부분은 바로 진통이 온단다.
그리곤 오늘 아이를 낳을거라고 아침부터 금식이다.
랄라아빠는 오늘은 출산휴가를 내고 옆을 지키기로 했다.
아침을 굶고 진통억제제를 뺐다.
그런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여기에서 진통을 기다릴 것인지 집에가 있다가 진통이 오면 다시 올 것인지 묻는다.
아니 아이를 낳을 거라면 모르겠는데 집에 가도 된다는 말은 안 나올수도 있다는 건가???
아이 낳을 거라고 밥도 굶게 해 놓구선...
안그래도 며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샤워도 못하고, 삐그덕 거리는 병실 침대에서 제대로 뒤척이지도 못하고, 지긋지긋한 수액달고 병실에 갇혀 있는 것이 너무 불편했던지라 집에 갔다 오겠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진통이 오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11시경 퇴원 수속을 하고 집으로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한시간 쯤 뒤부터 자궁 수축과 함께 통증이 또 오기 시작했다.
5분간격에서 잠시 뒤 2-3분 간격으로..
이미 자궁은 2센티 열려있는 상황이고 며칠째 이슬도 계속 됐고, 진통 3분간격이면 비상상황 아닌가.
한시경이 되어 바로 병원으로 다시 갔다.
분만실로 다시 직행이다.
분만실의 간호사가 혹시 전에 여기 오셨던 분 아니냐고 묻는다. --;;
맞다구요.. 분만실만 지금 세번째라구요.
결국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관장하고, 준비 다 하고 대기모드다.
그런데 2센티 열린 자궁은 저녁 7시가 되도록 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진통도 더 심해지질 않는다.
이건 또 뭐냐..
결국 의사샘님은 또다시 집에가서 기다릴 것인지 여기서 낳을 것인지를 묻는다.
아니 어쩌란 말인가..
며칠째 이슬도 나오고, 자궁도 열려있고, 진통도 3분간격인데 이대로 집에 갔다가 언제 다시 오라는 것인지..
밤새워 자연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다려보다가 더이상 진행이 되지 않으면 화요일 새벽부터 촉진제를 쓰기로 하고 다시 입원을 했다.
그렇게 하여 세번째의 뻥이 된 것이다.
그리고이날부터..
랄라아빠의 핸드폰에는 벌써 아기 탄생을 축하한다는 메세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
랄라아빠는 이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란 것이냐고 푸념을 시작했다.
누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거냐고요~~~
다섯째날.......
다음날 새벽이 되도록 진통은 더 진행이 되지 않고5분간격으로 지속됐다.
새벽 5시 반, 네번째 분만실로 가서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다.
새벽이 아침이 되고, 점심이 되고, 촉진제가 반통이 다 들어가도록 자궁수축은 점점 세게 진행이 되어 가는데 진통이 오질 않는다.
점심이 되도록 자궁은 겨우 2.5센티 열리고..
두시경이 되어서는 양수가 터졌는데 그때도 자궁은 2.5센티.
진통이 시작이 되어야 아이가 내려온다는데 진통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정말 죽을만큼 아픈 진통이 아니다 뿐이지 배 아픔을 하루종일 겪어야 했다.
힘을 주면 애가 내려오려나 싶어 수축할때에 맞춰서 열심히 힘을 주었다.
그래서 3시경이 되자 자궁은 겨우 3센티 열렸다..
그러는 사이 어제밤에 교대했던 간호사가 다시 교대로 들어오고...
같은 간호사와 분만실에서 세번째의 조우를 했다.
다시 반가운 인사를... --;
새벽에 대기실을 가득 채웠던 산모들은 하나 둘 분만실로 들어가더니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병실로 돌아간다.
거의 텅빈 대기실에 남아 있는 나는 뭔지..
옆에서 소리지른 산모들이 부럽고 촉진제 한통을 다 맞아가도록 나는 왜 안아픈건지 정말 답답했다.
랄라아빠와 나는 한명씩 한명씩 아기 소리가 들릴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간호사가 와서 하는 말이 둘째는 진통이 시작되면 금방 진행이 되니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 나면 말하란다.
네시쯤이 되어가는데 갑자기 윗배쪽에 몰리던 땡김이 순식간에 아래로 쏴악 내려가는 게 느껴지고, 수축때 나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오.. 이제 때가 된건가, 이때 힘을 줘도 되는건지 물으니 힘이 가면 주랜다.
힘주면 금방 진행이 되려나 열심히 힘을 주었다.
이번에야 말로 느낌이 달라서 랄라 아빠더러 여섯시전에 낳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전혀 안믿는다.
더이상 안속는다나!!!
네시경!
간호사가 보더니 4센티 열렸단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진통이 올거라면서 운동용 커다란 공을 가져워서 침대에 올려주더니 등 뒤에 공을 대고 앉은 자세로 아래로 힘을 주어보란다.
이때..
랄라아빠의 결정적인 실수있었으니!!!
하루종일 기다려서 겨우 4센티 열렸다고 오늘 안나올거라면서실망해서 자리를 비운 것이다.
그런데 랄라아빠가 자릴 비우길 기다렸던 것인지 앉아서 서너번 힘을 주고 나니 배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약간 비명이 나올 듯 아프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나오기 시작햇다.
옆에서 지켜주던 견습중인 간호사가 눈물을 닦아주고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그런데 점점 통증이 심해지고 점점 앉아있는게 힘들어졌다. 한참을 참다가 누워도 되는거냐고 소릴 질렀더니 수간호사가 후다닥 뛰어오더니 아까는 앉아있을만 하지 않았느냐 물으면서 누워보란다.
그런데 막상 누우려니 너무 아파서 자세를 옮길 수도 없다.
간신히 눕고 났더니 정말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나의 비명이 시작되고, 정말 너무 너무 아파서 대기실이 떠나가라 소릴 지르기 시작했다.
랄라아빠가 있으면 진통제라도 놔 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랄라아빠는 어딨는지 묻고 싶은데 아프니 말이 나오질 않았다.
다른 산모들은 진통이 시작되면 간호사가 와서 진통제라도 놔드릴까요 묻던데 나는 왜 안물어보는 건지!!!
제말 날좀 어떻게 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갑자기 간호사들이 자기들끼리 뭐 할 때가 된거 같다고 소리치는것 같더니만 우루루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나더러 침대를 옮겨 누우란다.
뭐냐.. 진통제 놔달라고 하려는데 침대를 옮기라니.
내몸이 아파서 손하나 까딱도 할 수 없는데 너무나 야속한 마음만 들었다.
간신히 몸을 옮기자 침대가 어딘가로 막 옮겨지는 것 같다.
어라.. 분만실로 옮겨지는 것 같다.
침대를 다시 옮기는데 자리에 눕는 순간 느낌은 가족분만실의 침대느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예전 호준이때는 가족 분만실의 침대에 눕는 순간 그 폭신한 감촉에 통증이 싸악 사라지는 느낌이었는데 왜이리 침대가 딱딱한가, 다리 걸치는 부분은 왜 그리 불편한가, 왜 옆에 손잡이가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게 신기하다.
하여간 갑자기 간호사들이 이것저것 준비를 하더니 랄라아빠는 어딨는지 묻더니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잠시 뒤 의사 샘님이 들어오시고, 힘을 주란다.
힘한번 주었더니 잠시뒤.. 쑤욱~ 아기가 빠지는게 느껴졌다.
그때 시간 4시 50분.
어라..
힘주기 연습도 안하고?
이리 황당할 데가...
의사 샘님이 탯줄을 자르고 아기를 옆에서 거의 다 씻겼을 때쯤 랄라아빠가 황당한 얼굴로 들어왔다.
결국 딸래미 탯줄은 잘라보지도 못했구만!!!
나한테 오더니 어떻게 된거냔다.
자기가 4센티 열려있다는 말이 낙심해서 자릴 비운지 40분만에 애가 나와 버렸으니 할말 없지 뭐.
나야 진통중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분만실로 옮기고 애가 나오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역시나 침대가 다르다 했더니 가족분만실도 차 있고, 워낙에 빨리 나와서 일반 분만실에서 출산을 한 거였다.
그렇게 해서 4박 5일간의 기다림끝에 룰루가 세상에 태어났다.
몸무게 2.92 키로.
역시나 일찍 태어난 탓인지 이마에는 태지가 벗겨지지 않아 비늘처럼 덕지덕지 얹혀 있다.
룰루도 긴 여행이 힘들었는지 눈도 뜨지 못하고, 젖을 물 생각도 못하고 축 쳐져 있다.
처음 룰루를 보자마자 손의 색부터 확인했다.
랄라처럼 새카만 녀석일까봐. ㅋㅋㅋ
그런데 다행히도 뽀얀~ 피부가 보인다.
힘들게 낳았지만 나의 회복이 랄라때보다 훨씬 빠른거 같다.
역시나 랄라 녀석이 무지막지하게 크긴 했다.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골격이 어찌나 컸던지 조리원의 다른 태아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랬는지 내 몸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몸은 두배로 퉁퉁 붓고,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밥을 먹고, 한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해서 랄라아빠의 어깨를 잡고 걸어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바로 걸어다닐 수 있으니 이렇게 신기할 데가..
몸의 붓기도 거의 없다.
역시 작은 사이즈라서 내 몸에도 무리가 덜한 모양이다..
지금은 산후조리원에 와 있다.
이곳은 남편외 외부인의 면회가 금지다.
대신 아기는 내 방에서 함께 있을 수 있다.
랄라때는 몸이 힘들어서 수유하러 가는 것조차 못했는데 지금은 회복이 빨라서 룰루를 내 옆에 두고 있을 수 있다.
어제 룰루를 다시 봤을때는 심히 걱정스러웠다.
턱은 뾰족하니 맘에 드는데 양쪽 볼 옆의 광대뼈가 너무 튀어 나온 것 같아서 열심히 머리 모양을 잡아주어야겠구나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출산으로 인해서 모양이 그랬던 것인지 오늘 다시 보니 볼이 많이 들어갔다. ㅋㅋ
점점 얼굴이 갸름해 지고 있다.
어떻게 시집보내나 걱정했는데안심이 되어간다..
룰루는 랄라처럼 먹고, 자고 잘하고 있다. 지금도 룰루는 시원하게 한번 싸고 잘 자고 있는 중이다.
랄라는 왼쪽 볼에 보조개가 있는데 룰루는 오른쪽 볼에 보조개가 들어간다.
둘이 나란히 놓으면 세트가 되겠다. ㅋㅋㅋ
이렇게 해서 드디어 우리 네 가족이 완성되었다.
랄라는 아기를 보더니 너무 신기해 하고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가 집을 비우게 되서 많이 상심하고, 우울해 하는 것 같다.
고모들에게 자주 가서 랄라를 위로해 달라고 말해두었다.
랄라야.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다오~!!!
그리고..!
아자~ 힘내자!
완전 모유 수유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