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12. 22:25

점심을 먹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어느쪽으로 가야 하나 길을 보려는데 저쪽으로 가던 한 아주머니가 다시 돌아 오시더니 뭘 도와줄까?하고 묻는다.

어허.. 역시 체코와는 달리 친절함이 몸에 베인 도시다.

벨베데레 궁전을 찾는다 하니 저쪽 골목으로 내려가서 왼쪽으로 가란다.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 피곤하다, 힘들다, 춥다 하던 랄라는 점심을 먹어서 그런가 갑자기 힘이 나시는가 보다.

후다다다닥~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빠도 랄라를 재끼고 후다닥~!!!




지나가던 차가 참 재미있어서 찍었다.

차 는 아까 궁전에서 보았던 차인데 뒤에 청소도구를 매달고 간다. ㅎㅎㅎ



한참을 가던 랄라가 갑자기 쉬가 마렵다신다.

헉...

유럽에는 화장실이 다 유료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식사때나, 기차에서 때를 맞춰 쉬를 하고 나오는데 점심에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신건지...

더군다나 금방 나타날 거라던 벨베데레 궁전은 보이질 않고, 골목은 점점 주택가로 들어선다.

주택가에 유료화장실이 있을 턱이 있나..



화장실을 찾아 뛰어다니는데 랄라는 더이상 못참겠단다..

--;;

어쩔수 없으시다...

노상방뇨를 할 수 밖에..

주택가의 주차장 한편의 나무 숲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이제 시원하시냐... --;;;


드디어 벨베데레 궁전을 찾았다.




여기는 오스트리아의 전쟁영웅오이겐 왕자의 여름 별장으로 지어진 곳이란다.

별장이라서 그런가 다른 궁전들에 비해서 다소 소박한 모습이다.

지금은 갤러리로 개방되어 있는데..

이곳에 바로 클림트의 '키스'가 있다.

궁전의 정원은 넓다. 동양의 정원이 아기자기 하고, 나무, 조각들이 많이 있는데 비해 유럽의 궁전들은 넓고, 나무들이 낮다.

한마디로 시야가 탁 트인 형태다..



이쪽이 궁전의 뒤편이다.

갤러리로 들어가려면 뒤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쪽으로 돌아가면 또다른 정원이 나온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은 하궁.

위에서 보인 건물이 상궁이다.




온 김에 미술관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저런...



글쎄 그만 랄라가 잠들어 버리셨다..



그래서 우리는 랄라를 지키면서 한명씩 번갈아 관람을 하기로 했다.

랄라 요녀석...

네가 자고 있는 곳이 지금 어디인줄이나 아는 것이냐?




먼저 랄라아빠가 관람을 하고 돌아왔다.

와서 하는 말이 그림을 볼 줄 모르니 뭐가 뭔지 모르겠단다. ㅎㅎㅎ

유명하다하는 클림트의 키스는 2층에 있다는 말을 전해준다.

이제 내 차례다.

1층은 주로 중세시대의 목판에 그린 유화들이 전시되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작품.

어디에서도 사진 찍지말라는 표시를 보지 못해서 한장 찍었는데 관리인이 오더니 찍으면 안된다 한다.

미안하다 하고 그냥 눈으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제일 재미 있는 곳이 바로 1층 중세 시대 작품들이다.

예수의 일생에 관한 종교적인 작품들이 많은데 재미 있는 것이 하나의 작품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

그래도 다빈치 코드등의 책들을 통해 미술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많이 읽어왔던 터라 유심히 한작품 한작품을 보았더니 꽤 흥미롭다.

예를 들어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린 작품이 있다면 그 주변에 포진한 군중을 아주 사악하게 묘사해 두었다.

하다못해 발치에서 뒹구는 개 조차도 말이다.

그리고 왼쪽 한쪽 구석엔 마리아로 보이는 여인이 슬프게 보고 있고, 예수의 좌 우로는 죄수 두명이 같이 매달려 있다.

성경에 보면 왼쪽의 죄수는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나를 구원해 봐라 하며 욕을 하고,

오른쪽의 죄수는 예수를 두둔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의 죄수 두사람의 얼굴에서 한명에겐 사악함이, 한명에겐 동정의 표정이 보인다.

다른 것들에 비해예수의 몸을 타고 발을 통해 떨어지는 핏발울이 놀라울 만큼 사실적이다.

또 다른 한 작품에서는 예수의 시험으로 그림이 그려졌는데

하나의 그림의 구석 구석을 살펴 보면 중앙에 마귀가 예수에게 돌을 가리키는 장면(아마도 금으로 바꿔보라는 부분일 듯.)이 있고, 아주 구석에 조그마하게 예수와 건물 위로 올라간장면(아마도 세상을 너에게 주리라 하던..), 또 한 구석에는 절벽위에 올라간 장면(뛰어 내려보라 하는..)이 있다.

1층에서 재미있게 보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그런데..

거기에서 뜻밖의 작품을 만났다.

바로..

나폴레옹을 여기에서 볼 줄이야!!!

원래는 지하 전시실(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에 있다고 들었는데 2층으로 옮겨 왔는가 보다.

옛날 우리 세계사 책의 첫페이지를 등장하던 그 나폴레옹 말이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작품이다.

벽 한면을 다 차지할만큼.

그리고 무엇보다 어찌나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지 말의 털 갈귀 하나하나와 모자의 금장식까지 실제 금박을 쒸운 것 같고,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듯 하다...

생각밖의 수확이다..

그다음 드디어 클림트의 키스 를 보았다.

키스도 직접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생각보다 작품이 큰 것에 놀라고,

여인이 무릎꿇고 있다는 걸 거기에서 발견하게 됐다..

음.. 정말 멋지다.

무엇보다 미술관을 관람하는데 재미 있는 부분은 이곳이 궁전이라는 걸 생각하고, 방의 배치를 감안하면서 돌아다니면 더 재미있다.

특이한 것이 얘네들은 방이 전면으로 일자형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가운데 방은 계단에서 바로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고,

좌우로 나란히 배치된 모든 방들이 다 방과 방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는 사실.

여기서 궁금한거..

그럼 얘네들은 사생활도 없다는 것이냐?

모든 방과 방이 통하면..

어쩌란 말이지?



랄라아빠가 궁전 위층에서 정원을 찍은 모습이다.

한참을 관람하고 너무 늦은게 아닌가 걱정하며 나왔더니 랄라가 여전히 자고 있다.

랄라가 자는 사이 밖에는 촉촉하게 비가 내렸다.

랄라를 깨워서 밖을 나서니 비가 그쳤다.

하하..

이제 어디갈까 하다가 어둑어둑 해지니 전망대에 가서 비엔나 시내가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전망대는 뭐...

우리나라 N 타워보다 조금 못하다. ^^



그렇지만 우리가 언제 또 비엔나를 한눈에 내려다 볼 기회가 오겠는지..



서울보다는 덜 번화하고...



더 조용하다.




그럼 이제 메트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갈까?




숙소 앞에 내려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야지.

오늘은 어딜 가서든 볼 수 있는 nordsee에 가보기로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해물 부페 같은 곳이다.

각종 해물 요리들이 있는데 셀프로 주문해서 받아다 먹는다.

우린 생선까스와 연어구이를 시켰다.

음.. 맛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이렇게 해서 비엔나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숙소로 돌아와서 혹시 빨래를 해줄수 없냐고 물었더니 여기선 빨래를 못한단다.

다른 곳에서는 돈을 더 받고 해주기도 하던데..

대신 두 정거장쯤 걸어가면 코인 세탁소가 있다고 알려준다.

랄라아빠에게 가방한짐 빨래를 들려 다녀오라고 보냈다.

랄라아빠는 빨래가 도는 동안 볼 책을 들고, 가방 짊어지고 나간다.

아빠가 나간 사이 랄라가 또 카드게임을 하자 한다.

이번엔 엄마가 내리 세번을 이겼더니 결국 랄라가 울먹울먹..ㅋㅋ

두번 져 주고 이제 자자고 했더니 결국 자기는 두번밖에 못이겼다고 울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피곤한 엄마는 아들이 울거나 말거나.. 아빠가 돌아오거나 말거나..

그냥 잠이 들었다지.. ^^;;

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