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23. 07:59

엊그제 씽크빅 선생님이 다녀가시면서 전에 약속했던 씽크빅에서 나온 한자책을 네권 가져다 주셨다.

첫번째는 씽크빅 한자깨치기교재 한권(한자를 처음 익히는 아이들, 유아들을 위한 것),

두번째는 쌍크빅 한자 한권(본격적으로 한자를 공부하는, 보통 초등학생들이 하는 것)

세번째는 8급 한자 시험 교재,

네번째는 7급 한자 시험 교재.

랄라가 너무 좋아서 네권의 책들을 꼭 끌어안고 잤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대체 랄라의 한자능력은 어느정도나 될까 궁금해서 8급,7급 한자교재의 한자들을 뜻과 음 은 가리고 하나씩 말해보라고 테스트를 해보았다.

8급한자는 50자중 45자를 알고 있고,

7급한자는 150자중 97자를 알고 있다.

랄라가 8급이니, 7급이니 급수에 맞는 한자를 익힌게 아니라서 그걸로 테스트를 할수는 없지만 당췌 녀석이 아는 글자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도 생각지 못했던 한자들(모를거라 생각했던..)을 대답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랄라가 모르는 글자들은 동그라미를 쳐 주었더니자기는 그것들만 알면 여기있는거 다 아는거라면서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들여다 본다.

지난번 베란다 창에 붙여 놓았던 한자들도 작은 창에 붙어 있던 것들을 자기가 익힐 때마다 옆으로 옮겨 놓더니 이제 두글자 남았다...

그러면서 랄라가 하는 말.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영어 선생님이.. 나한테는 스티커를 제일 늦게 줘."

"랄라한테는 제일 늦게 줘?"

"응. "

"랄라가 열심히 하면 랄라도 먼저 받을 수 있을거야."

"나는 열심히 하는데, 나만 늦게 줘. 나는 영어가 싫어. 재미 없어. 한자가 좋아."

그런다...

그래서 내가 해준 말이 뭐냐고??

ㅎㅎㅎ

"그래?

그럼 랄라는 랄라가 좋아하는 걸 하도록 해."

그러자 한자책을 더 열심히 들여다 본다...

어제도 랄라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집에 두고 출근했는데 룰루가 하도 시샘을 부려서 랄라를 돌봐주시지 못한 할머니가 거실에서 한자책만 들여다 보는 것이 안쓰러워서룰루를 재워 놓고 바람쐬러 나가자 했더니 랄라는 싫다고, 자기는 책볼거라 하더란다.

한자책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어린이 첫 그림한자 사전을 뚫어져라 한장 한장씩 넘겨가면서 보는데 그걸 한시간이 넘게 보기도 한다.

영어...

대부분의 엄마들이 목매다는 영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중에서 제일 크다 는 영어.

이걸 익히지 못하면 특목고도 못가고, 대입도 못하고, 크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 같아서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영어.

랄라는 그 영어가 싫단다.

그리고 나는 과감히 랄라더러 싫어하는 영어는 하지 말고, 좋아하는 한자나 해라 하고 말했다..

어린이집에서도 랄라는 제일 늦게 스티커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랄라가 영어를 따라하지 못하니 잘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준 것이고, 나중에 못받은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조금 신경쓰는 부모들이라면 아이의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고,

이래서는 아이가 주눅이 들어서 안된다고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집에서 사전 교육을 시켜서 보내야겠다고 할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랄라는 영어시간에 주눅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심감이라는 것이 모든 방면에 만능이어야지만 키워지는 거라고 보지 않는다.

공부는 못하더라도 축구를 잘하고, 축구에서만큼은 인정받는 아이는 분명히 자신감이 있다.

공부 못하더라도 그림 잘그리는 아이는 그것 때문에 자신감을 갖는다.

물론 공부때문에 혼도 나고, 공부때문에 공부잘하는 아이가 부럽기도 하겠지만

모든 방면에 다재 다능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자만하고, 남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이 될수도 있다.

나는 한가지는 못하고, 한가지는 인정받는,

그래서 결점도 있고, 장점도 있는 그런 아이가 더 좋다.

나에게 결점이 있는 아이는남들이 다 다른아이의결점을 보더라도 그 아이의 장점을 볼수 있을테니까.

공부는 못하고 축구를 잘하는 아이는

공부못하는 아이가 그림은 참 잘그린다고 그아이의 공부못하는 걸로 쉽게 보지는 않을테니까.

뭐.. 다재 다능하고, 남을 인정할 줄 사람도 있을텐데 내가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요즘처럼 다재다능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재다능하지 않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키워지는 아이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랄라는..

아직은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키워줄 생각이다.

영어?

특목고를 갈만한 능력이 되는데 영어때문에 문제라면 중학교에 들어가서 특목고를 목표로 세웠을때 그때 시작해도 된다.

대입해야하는데 영어가 문제라면 그때 하면 된다.

사회에 나갔더니 영어 때문에 적응이 안된다 하면 그때 하면 된다..

어차피 사람은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데

그 많은 시간동안 자신이 필요하고, 그래서 해야만 하겠다 하면 그때 하면 되지!

늦었다고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지라도,

후회한만큼 열심히 파고 들텐데 뭐.

내가 룰루랄라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장래(학습능력을 포함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이유.

나는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보여주고,

많이 가르쳐 주고,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이보다

가정이 화목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언제나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아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자란 아이가 머리가 더 좋을 것이라고.

내 믿음이 어떤 근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안정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라면

성장기에 뇌세포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자라 있을 거라고.

그래서 진짜 뇌세포들을 활용할 시기가 오면,

진짜 자기들의 능력을 보여 줄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나온 결론!

무엇보다 랄라아빠와 내가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것..!

ㅎㅎㅎ

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