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토요일, 다른 엄마들과 민속촌에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 엄마가 전화하셔서는 병원에좀 가봐야 할 것 같으니 병원 문이 닫기 전에 와달라고 하신다.
일주일 전부터 어지럼증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셔서 나도 그냥 그러려니 했더니만 금요일에 이치료를 받고 오시면서 상당히 심해지셨던가 보다. 약국에 들러 약이라도 드시려 했더니 처방전이 있어야 지어준다고 하더라고..
엄마는 아프다고 말씀을 하시면 정말 많이 아픈 것이기 때문에 부랴부랴 퇴근을 해서 병원에 모시고 갔다.
그랬더니 왠일이냐.. 약간의 풍이 의심스럽다고 MRI를 찍어봐야 할 것 같으니 빈센트병원에 내일 가보라는 거다.
예약을 하기엔 늦은 시간이어서 토요일 아침 일찍 밥을 먹자 마자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50분쯤.
신경외과에 등록을 하고 기다리다 진찰을 받는데 의사 말이 가벼운 뇌경색이 왔을 수도 있었다며,일단은 MRI를 찍어보고 만일 뇌경색이 맞다면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하라한다.
그때부터 엄마와 나의 걱정이 시작됐다..
뇌경색이라니...일주일전 시골에 갔다가 갑자기 어지럼증으로 못일어나셔서 아버지께서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거기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며 뇌사진을 찍어보라고 했더란다..
오전이 일찍 간 덕분인지MRI도 찍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모두 하루만에 끝낼 수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뇌경색은 아니라한다. 일주일치 약을 받아가지고 오는데 엄마도, 나도 너무 놀랬던 터라 의사선생님께 거듭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란 말밖에 못하고 나왔다.
어찌나 놀랬던지.. 토요일 반나절을 온통 병원에서 허비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한시경이다..
점심을 먹고 엄마도 나도 지쳐서 잠이 들었다..
랄라는 하루종일 병원에 끌려다녔지만 너무 너무 얌전히 잘 따라 다녀 주었다.
엄마와 할머니가 지쳐 잠이 들었는데도 랄라는 두시간 가량을 혼자서 놀더니 옆에서 잠이 든다. 나는 랄라가 잠이 들자 마자 일어나서 청소를 하고, 랄라의 방의 침대와 옷장등의 배치를 바꾸고 난 뒤 홈플러스에 가서 장을 봐 와서 저녁을 해먹었다..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나니 랄라가 또 신혼여행 사진을 가져다가 할머니에게 보여주면서 여기 가자라고 한다.
"할무이, 바다 가자~ 바다 가자~~"
오늘도 굳이 할 일도 없으니 바람도 쐴겸, 어제 못가본 민속촌에 가기로 했다.
친정엄마도 바람쐬러 같이 가보신다 하신다.. 그래서 다같이 민속촌으로 아침 10시경 집을 나섰다.
우리에겐 신기한 곳이지만 엄마에겐 추억이 생각나시는가 보다..
다니시며 옛날 얘기를 하신다..
랄라의 브이다..
초가집 마당엔 빨간 고추를 널어 말리고 있었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공연도 많았다.
사물놀이, 줄타기, 그네뛰기..
할머니가 더 좋아하시는 민속촌이다..
랄라에게도 너무 즐거운 곳인가 보다.
어딜가면 조금 놀다가 멍아파트 가자~ 하고 조르던 녀석이, 집에 가자고 했더니 발을 동동 굴르며 "싫어! 싫어~!!" 한다..
예전에 간 곳을 기억하는가 보다..
점심먹으면서도 내내 "그네타러가자!!" 하고 졸라대더니 정말 그네에서만 한 20분을 앉아 있었다.
밀어주는 엄마가 어지러울 정도로..--;;
그래도 랄라는 "더 쎄게!!! 더!! 쎄게!!" 하면서 지치게 했다.
우리가 그네를 타는 동안 할머니는 정자밑에서 낮잠 한숨 주무셨다..
어딜 찍는 것인지 하늘엔 MBC 헬리콥터가 뱅뱅 돌아다녔다.
랄라는 큰소리를 싫어하는지라 귀를 틀어 막고 있다..
랄라가 저 뒤의 물을 보더니 "바다다!! 바다 왓다!~~!!" 하며 좋아한다.. --;;
뭐.. 호주의 바다가 아니고 민속촌의 작은 개울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신혼여행 사진 가지고 와서 바다 가자고 졸라대지는 않겠다.. ㅎㅎ
집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걸 간신히 끌고 나왔다..
친정엄마도 오시셔는 피곤하셨는지 한숨 주무시고, 랄라도 자고 있다.
어쨌거나, 친정엄마가 큰병은 아니라니 정말 다행이지만 여기저기 아픈곳이 많으셔서 정말 걱정이다..
랄라아빠라도 있었더라면 의논이라도 하고, 같이 다녔을 텐데 혼자서 빈센트 병원의 약도를 찾아가며 랄라를 챙기고, 아픈 엄마를 챙기며 다니려니 이래저래 힘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랄라아빠 없으면 어디 못갈 줄 알았는데 혼자서 지도 찾아가며 어찌어찌 다니게 되고,
차가 고장나면 혼자서 카센터도 다니고, 병원도 찾아 다니고..
이런 것들이 점점 내가 강해지고 있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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