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31. 17:00

나에게 딸이 생긴다면 꼭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첫번째 : 딸과 함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먹기

두번째: 딸과 함께 오페라, 뮤지컬보러 가기

세번째 : 딸과 함께 음악회 가기

네번째 : 딸과 함께 여행가기

다섯번째 : 딸과 함께 영화보러 다니기

여섯번째 : 딸과 함께 쇼핑하기

ㅎㅎㅎ

아직은 룰루가 너무 어려서 음악회, 뮤지컬 등을 볼 수 없는 것이 참 아쉽다.

어제 저녁 랄라는 아빠따라 상주에 갔다.

벌초를 하러 갔는데 랄라아빠가 혼자가기 심심하니 랄라를 계속 꼬시다가 결국 랄라가 볼펜을 사주면 가겠다고 해서 약속하고 따라나섰다. ^^;

룰루와 하룻밤을 자고, 아침 밥을 먹고 나니 딩굴딩굴.. 정말 일어나기가 싫다.

너무 쳐지는 것 같아서 룰루를 준비시켜서 백화점엘 갔다.

조카들 추석 선물 준비 좀 하려고 말이다.

일단 옷 두어벌 사두고, 룰루의 구두도 하나 사줬다.

룰루에게 구두를 사줘보긴 처음이다.

두개 신겨주고 어떻게 좋니?하고 물었더니 분홍색 신을 고른다.

다른 것도 부여주면서 어떻게 좋아?하고 물으니 여전히 분홍색 신을 가리키면서 "이게 좋아~" 한다.

그래서 분홍색 신을 사주었더니 유모차에 앉아 있던 녀석이 "엄마, 나 이제 걸을래!!" 한다.

ㅎㅎㅎ 새 신을 신고 걸어보기 싶었던가 보다.

신을 신고, 백화점을 돌고 나서 룰루가 배고프고 졸린 거 같아서 집에 가자 했다.

걸어오는 길에 보니 멋진 이탈리안 식당이 있었다.

스테이크가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

스테이크 사진을 보니 작년 체스키 크로믈로브에서 먹었던, 그 두툼한 스테이크가 생각이 났다.

유모차 끌고, 어린 룰루를 데리고 들어가려니 분위기가 너무 고급스러워 보여서 슬쩍 망설여졌는데 망설이다가 룰루를 데리고 들어갔다.

애 데리고 먹으려면 분위기고 뭐고 정신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는 거지 뭐.

구석자리로 안내해주어서 앉았는데 룰루가 처음 들어와 보는 분위기에 조금 주눅이 들었는지 나에게 안아달란다.ㅎㅎㅎ

런치코스로 주문했다.

스테이크를 썰고 싶었지만 룰루가 먹기엔 조금 부족할 듯 해서 그냥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는 잘 먹지만 이번에는 크림소스를 시켜봤다.

빵과 스프가 나오고, 이어 샐러드, 그리고 스파게티...

룰루는 면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스파게티도 아주 잘 먹었다.

둘이서 분위기 좋은 곳에 앉아 스파게티를 먹으니 새삼 내가 딸과 함께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게티를 먹자 기분이 좋아진 룰루가 실실실 웃는다.

다 먹고 나서 후식으로 커피가 나오는데 룰루를 위해서 아이스크림도 가져다 주셨다.

"이거는 엄마꺼야?"

"그래. 이건 엄마꺼야."

"이거는 뭐야?"

"이건 커피지."

"룰루꺼는?"

"룰루꺼는 아이스크림이지~"

"흐흐흐흐.."

그리곤 좋아서 아이스크림을 떠 먹는다.

입가에 하얗게 아이스크림을 묻히고는 연신 좋아서 보조개를 쏙 넣으며 웃는 모습이, 하루의 점심 한끼가 이렇게도 기분이 좋을 수가.

오늘 룰루와 함께 하고 싶은 것 두가지를 한 셈이다.

쇼핑도 하고, 근사한 식당에서 스테이크는 아니지만 스파게티를 먹었으니까. ^^

집에오자 룰루가 놀다가 나에게 오더니 하는 말.

"엄마, 나 공부 할래~"

헉..

난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무래도 오빠가 하는 걸 봐서 그런가 보다.

그러라고 처음으로 구연동화 시디를 틀어주었더니 책을 들고 책상에 앉는다.

오빠가 다 쓴 씽크빅 교재도 주고, 연필도 주고, 가위도 꺼내 줬다.

나는 화분에 물을 주고, 나무잎들을 닦아 주고 있었더니 나중에 룰루가 오더니 같이 하잰다.

그래서 마주 앉아서 룰루에게 색종이를 꺼내주고, 가위를 꺼내서 종이로 목걸이를 만들어주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렇게 룰루와 만들기를 해본 것이 처음이다.

새삼 내가 얼마나 랄라 눈높이에만 맞춰서 살았는지 깨달았다.

룰루를 위해서 나 자신을 할애한 적이 있었던가....

색종이에 룰루가 룰루와 엄마를 그려달라기에 엄마를 그리고, 룰루에겐 엄마가 만들어준 목걸이를 걸고 있는 모습을 그려주었다.

다음엔 아빠와 오빠를 그려달라기에 아빠와 오빠가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을 그려주었다.

다른 종이에 또 아빠와 오빠를 그려달라기에 이번에는 어제 아빠와 오빠가 같이 화분을 사가지고 오는 모습을 그려주었다.

"룰루야. 여기 그림에~ 룰루가 뭐 하고 있어?"

"목걸이 하고 있어!"

"누가 만들어줬어?"

"엄마가 만들어 줬어~!!"

"룰루야, 이 그림에~ 오빠랑 아빠랑 뭐 하고 있어?"

"공 차고 있어!!"

"그렇구나~~!!"

"룰루야, 여기 그림에는 오빠랑 아빠랑 뭐 들고 있어?"

"화분 들고 있어~!!"

엄마가 오빠만 바라보는 사이, 우리 룰루는 너무 너무 이쁘고, 똑똑하게 자라고 있다.

엄마가 오빠만 바라보느라 알아주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토요일..

새로 생긴 화분들을 키우는 법을 잘 몰라서 몇개가 죽였다.

인테리어 해주신 분이 요것 요것들은 곧 죽을 거라고 얘기해주긴 했었는데 .. 그래도 랄라아빠가 아주 정성껏 가꿔주었는데..

특히 자스민은... 너무 쉽게 죽어버렸다.

벵갈고무는 햇볕을 덜 봐서 그런지 나뭇잎이 조금씩 말라간다.

화원에서 집에 있는 나무들 키우는 법에 대한 설명도 한참 듣고,새로 화분을 몇개 더 사다가 심었다...

새로 들여온 놈들은 우리 아가들처럼 쑥쑥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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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