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일까지 2박 3일간 강원도 평창으로 여름휴가를 갔다 왔다.
원래 일정은 5~7일까지 평창에서 캠핑을 하는 것이었는데 6,7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다.
아직 우중 캠핑을 할 만큼 장비가 다 완비되지도 않았고, 실력도 없는데다가 뒷처리가 난감한 아빠는 부랴 부랴 그냥 6,7일로 팬션을 예약했단다.
성수기에 어떻게 예약을 한 건지 예약된 팬션이 오죽할까~ 라고 내심별 기대도 하지 않고 그냥 따라가기로 했다.
캠핑하려던 곳은 계방산 오토 캠핑장.
6일 6시 30분에 눈 뜨자마자 짐을 싣고 평창으로 출발을 했다.
이번 여행은 게스트로 중2 조카인 효준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한 효준이에게도 좋고, 랄라는 같이 놀 수 있는 형이 와줘서 좋고 아빠는 랄라를 맡기고 쉴 수 있어서 좋고~
차가 밀릴까봐 6시 30분에 출발했는데 9시경에 평창에 도착했다.
오호.. 일찍 도착해서 예약해 뒀던 사이트에 타프만 치고, 돗자리를 깔았다.
아침은 저녁에 남은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서 가지고 오면서 배고프다는 아이들이 뜯어먹고,
도착해서 조금 출출해서 사가지고 간 스프를 끓여 먹었다. 어른들은 양이 부족해서 라면을 끓여 먹고~
그리고서 아이들은 계곡으로 고고고고~
와~ 물이 엄청 시원했다.
그래도 겁없이 뛰어드는 조카.
랄라는 옆에서 조심 조심 놀다가 결국 형에게 끌려 들어가서 풍덩~
룰루는 보트만 타고 유유자적 하다가 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거꾸로 쳐박혀서 물 잔뜩 먹고!
물은 시원하고 사람은 없고...
룰루가 입술이 시퍼래져서 오돌오돌 떤다.
오빠들은 하류로 탐험을 떠났는데 오돌오돌 떨면서도 따라가겠단다.
상황을 보니 절대로 못갈거 같다..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자 했더니 싫다고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은 포기한다.
자리에 와서 옷을 갈아입혔다.
날씨는 비가 왔다가 햇빛이 비치다가 구름이 드리워지다가 천둥소리도 들리다가...
이거 호랑이가 시집은 몇번 갈거 같은 날씨다.
어차피 젖는거 비가 오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물속에서 놀고, 나와서는 잠자리를 잡으며 논다.
저녁에는 고기를 구워먹으려고 했는데 조금 당겨서 점심에 구워먹기로 했다.
아빠가 차를 끌고 휘리릭~ 나가서 고기와 숯을 사왔다.
쌈장과 상추는 미리 준비를 해놨고..
고기를 굽자 아이들이 상앞에 몰려들어서 고기가 익기만을 기다린다. 쓰읍~ 맛있겠다!!
무려 2키로그램(돼지 1.2kg,소 0.8kg)정도되는 양을 다 먹어치운다..
돼지고기로 시작해서 소고기까지..
아이들은 정신없이 먹는다.
아빠는 굽느라 정신 없고...
밥은 설익었지만 그래도 좋단다..
그리고 남은 숯불에 감자를 호일에 감아 올려 놓는다.
불이 얼마 남지 않았다 했더니 아이들이 돌아다니며 마른 가지를 찾아다가 불을 피운단다.
비가 와서 마른가지가 있을리가 없는데 그래도 잔가지들을 찾아다가 올려 놓고, 후후 불고, 부채질을 하고..
계곡에서 흠뻑 젖어와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다시 땀으로 흠뻑 젖는다.
머~ 니들은 오늘 제일 재미있다는 물장난, 불장난 다 해 보는거야~!!!
그사이~
고기 굽는 제 역할을 다 하신 아빠는 한잠 주무신다..^^
불을 피우는 오빠들 옆에서 룰루가 뭘 열심히 하나 했더니 바닥에 휴지를 뜯어서 얼굴을 만들어 놓았다.
눈,코,입 머리..
이녀석은 참.. 모든 소재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감자가 맛있게 있었다.
땀으로 목욕을 해가며 구워낸 감자는 불을 너무 피워서 조금 탔지만 아이들은 그 거멓게 그을린 감자를 숟가락으로 맛이게 퍼 먹는다.
고기를 그렇게 먹고도 또 먹는다는게 참 신기하다..^^;
룰루는 잠자리를 잡으러 다닌다.
그리고 오빠가 잡아준 메뚜기를 잡아보고..
나도 노는 아이들을 두고 의자에 앉아 꾸벅 꾸벅 졸았다.
한 한시간을 자고 났는가보다..
놀자하는 룰루, 랄라를 데리고 다시 계곡 상류쪽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돌들을 옮겨서 댐쌓기를 했다.
한참을 놀고 자리로 돌아와보니 피곤한지 효준이가 자리깔고 자고 있다..ㅎㅎㅎㅎ
녀석, 힘들긴 했겠지.
저녁무렵.. 자리를 걷어 펜션으로 출발한다.
펜션에 도착하니 의외로 훌륭하다. 집도 예쁘고.
다만 방이 너무 좁군. 조금만 더 써서 방하나 더 있는 걸 할 것이지..
저녁은 짜장면을 만들어 먹고~
집에서 준비해 간 불꽃놀이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 아이들과 불꽃놀이를 한다.
옆 펜션에서는 불꽃이 피융~ 피융~ 하늘로 올라간다.
아이들이 내일은 우리도 저걸 해보자고 조른다..
방에 돌아와 아이들은 쉴새 없이 뛰고 떠들고, 벽에 박고 그러다 혼나고...
녀석들아!
니들 오늘 6시 반에 일어났다고...
그렇게 놀다가 10시무렵에야 간신히 잠이 든다.
다음날 8시가 넘어서까지 자다 일어난 아이들.
아침은 갈비탕.
밥 말아 쓱쓱 먹어치우고~ 오늘은 휘닉스 파크에 있는 블루캐니언에 가는 날이다.
일기예보로는 오늘 비가죙일~올거랬다..
머, 들어가나 나오나 젖기는 매한가지이니 물놀이가 최고인 날이다.
그런데 오전은 괜찮을거 같다.
아이들더러 오전에 다른 곳에 놀러갔다가 오후에 수영장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아침에 가서 죽도록 물놀이만 할지 물었더니 물놀이를 하러 가자한다.
머, 그럼 한번 실컷 해봐라~!!
블루 캐니언은 캐리비안 베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사람이 적어서 좋다.
이날도 사람은 극성수기에 비해선 많지 않은 편.
자리를 잡으려고 했더니 비가 온다고 해서 그런지 실내는 체어는 모두 다 나갔다고 하고, 밖으로 나가 자리를 보려던 중~
계단쪽에 놓인 무료의자들 발견!
오후에는 벽에 의해 그늘이 질 것 같고, 옆으로 온수탕이 두개가 있는 조용한 명당자리를 찾았다!
의자 다섯자리를 선점해 놓고~
아이들과 물놀이를 시작!!
룰루는 유수풀에 들어가면 기본이 한시간이고~
룰루 랄라는 둘이서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유수풀도 갔다가, 파도풀도 갔다가 미끄럼도 탔다가~~~
오전은 그렇게 오빠들은 오빠들끼리 놀고 룰루는 나랑 돌아다니고 그동안 아빠는...
아마도 자리에서 실컷 주무신 모양이다.
나중에 집에 돌아왔더니..
글쎄 앞판만 시뻘겋게 타 버렸다. ㅋㅋㅋㅋㅋ
점심은 도미노 피자 한판과 컵라면 세개~!
점심 먹고 또 놀고~
유수풀과 파도풀을 둥둥 떠 다닌다.
몇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다..
저녁 4시 반쯤..
이젠 정말 물놀이가 지겹다.
조카더러 그만 나가고 싶지 않냐 했더니 빨리 가고 싶단다..
룰루 랄라더러 그만 나가자 했더니 조금만 더 놀잔다..
더 돌았다.
5시.
그만 가자 했더니 룰루 랄라 더 놀겠다고 아우성이다.
나가서 펜션에 가서 잠자리도 잡고, 불꽃놀이도 하자 했더니 룰루 랄라 좋아라 나온다.
조카는 엉금 엉금 기어 나온다..
저녁을 뭘 해먹을까~ 식당에서 사먹을까 고기를 구워먹을까했더니 아이들이 만장일치로 고기 구워먹잖다.
얘들아..
니들이 어제 고기 1키로 먹었어...
근데 또??
결국 오늘은 1.5키로 도전이다. ㅋㅋㅋ
알레르기 체질로 모기에 물리면 완전 팅팅 두배로 부어버리는 룰루를 위해 이번 여행에 모기 퇴치용품을 단단히 장만해 가지고 갔다.
바로 펴지는 모기장도 새로 장만.
이거 이거~ 가격대비 완전 짱이다!!
돗자리 깔고 저리 해 놓으니 아이들도 신나하고, 모기에서 안전하고~
아빠가 고기를 구워서 저 안으로 공수해 주면 아이들은 냠냠 쩝쩝~
펜션 매점에서 산 숯이 좋지 않아 불이 잘 피워지지는 않았지만 그 덕분에 고기는 완전 바베큐가 되어간다.
천천히 기름을 쫙~ 빼고 익어간 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쓰읍!!
밤은 깊어가고..
남은 숯불에 다시 감자와 옥수수를 굽고, 모기장은 바닥으로 내려 왔다.
맥주한잔 마시기 위해 나는 남을 설겆이를 다 하러 들어갔다. 왜냐하면 맥주 한잔이면 바로 맛이 가기 때문에 할 일 다 해놓고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왔더니 랄라는 보이지 않고, 아빠와 조카가 낄낄대며 웃고 있다.
랄라가 어디에 갔냐 했더니 똥개 훈련 중이라나?
숯이 불이 자꾸 꺼져서 가스불에 불을 올리려는데 가스가 부족해서 랄라더러 천원을 주며매점에 가서 사오라고 시켰단다.
그런데 헥헥대며 내려갔다 온 랄라가 하는 말이 가스 값이 천 오백원이라 하더라나.
그래서 다시 오백원을 더 줘서 보냈다고...
헥헥 대며 온 랄라는 덥다고 땀 범벅이고 아빠와 형은 뭐를 하나 더 시켜 볼거 없나 하면서 낄낄대고 있다.
이런...
그래서 엄마가 그랬다.
"랄라야..
가서 불꽃놀이 좀 사와 볼래?"
불꽃 놀이...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유혹이었던 것이다.. ㅋㅋㅋ
다시 돈을 들고 헥헥 매점으로 내려간다.
한참만에 뛰어 올라오는 랄라가 외친다.
"아저씨가~~
써비스로 하나 더 줬어~!!!"
푸하하하..
형, 아빠, 엄마는 어떻게 서비스를 하나 더 받았을까 갸우뚱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세번씩이나 땀 뻘뻘 흘리며 내려온 랄라가 불쌍해서 줬다는 결론이다.. ㅋㅋㅋ
밤공기가 시원하다 못해 춥다.
매점에서 불꽃놀이를 사다가 펑펑 터트려 본다.
서비스가 오죽할까 하면서 맨 마지막에 피워 봤는데.
허걱..
서비스로 받은게 더 훌륭하다 랄라야~~
아이들이 엄청 신나 했다..
그런데..
끝나고 보니 이쪽 집에서도, 저쪽 집에서도 불꽃이 올라간다.
랄라야.
우리 돈쓰지 말고 그냥 여기서 구경만 해도 될걸 그랬어.. ㅋㅋㅋ
한참 뒤...
엄마가 한마디 했다.
"가서 아이스크림 좀 사와.."
ㅋㅋㅋㅋㅋㅋ
이번엔 형과 같이 내려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
옥수수를 구워서 노는 사이 딩굴대던 룰루는 그대로 잠이 드셨다..
뒷정리가 좀 귀찮지만 정리를 하고 모두들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밥을 해먹고 삼양 목장으로 출발!
오늘은 날이 갠댄다..
아니, 엄청 쨍쨍하다..
버스를 타고 삼양 목장 정상으로 올라갔다.
2년전에 갔었던 이곳!
그때는 룰루가 세살이었지.
세살이었던 룰루가 버스를 기다리다가 바지에 오줌을 싸 버렸고, 옷 홀라당 벗기고, 내 가디건으로 대충 둘둘 말아 올라갔었다.
정상에 올라가니 바람이 어찌나 쎈지 바람맞은 룰루는 미친년마냥 웃어 댔고, 랄라는 커다란 풍자를 보자마자 돌아가는 풍차에 머리를 맞아 죽을거 같다고 빨리 내려가자고 내 다리를 붙들고 소리를 고래 고래 질러댔었다..
그 정신없이 둘러만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왔었는데..
이제 랄라는 풍차의 높이가 60미터이고, 날개 길이가 40미터라 안전하다고 한다.
그때는 그걸 몰라서 그랬다나.. ㅎㅎㅎ
정상에서 아빠는 앉아 있고, 룰루는 잠자리를 잡고..
이번에 룰루는 잠자리를 실컷 잡아봤다.
이제 엄마한테 잡아달라고 하지 말어.
엄마 무섭단 말이야~~~
바람이 솔솔~ 부는게 엄청 시원하다.
경치도 좋고..
조금 앉아 쉬다가 돌아갈 일을 걱정하는 아빠 때문에 버스를 탔다.
1코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한 코스만 걸어가자고 졸라서~ 간신히 내렸다. 여긴 양 방목장이 있거든.
아이들은 풀을 뜯어 양에게 먹여주고..
여거 봐라.
레게머리 양이닷~~~
삼양 목장은 정상까지는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가 걸어내려 올 수 있다.
중간 중간 네군데의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내리거나, 타거나, 걷거나 맘대로 하면 된다.
코스별로 짧게는 8분, 길게는 20분, 전체 1시간 20분이 걸린단다.
우린 1코스만 걸었는데 1코스가 제일 길어서 20분 정도 소요된다.
조용하니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참 좋다.
정상에서 내려와서 차를 타고 집으로 고고고고...
길이 좀 많이 막혀서 네시간 가량이 걸렸다.
아이들은 차안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놀다가~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자연속에서 느긋하게 보낸 여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와~ 정말 덥다.
그 시원했던 강원도의 밤공기가 다시 맞고 싶다....
앞판만 심하게 타버린 랄라아빠는 어제밤...
감자 맛사지를 해 주어야 했다.. ^^;;
2010.8.10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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