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재연 기자]
남산타워로 갈까, 63빌딩으로 갈까. 남산타워(해발 480m)와 63빌딩(해발 264m)은 서울 관광 1번지, 서울의 상징이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서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 가본 곳이라는 것. 두 번 갈 맘은 생기지 않았다는 것. 한 물 간 곳, 촌스러움의 대명사, 명소이면서도 명소 대우를 받지 못했던 두 전망대가 최근 완전 변신했다. 설 연휴에 한번 가볼 만 하다.
남산타워
“이게 남산타워야?” 16일 저녁, 조명을 받아 빛나는 남산타워를 올려다보는 방문객들이 입을 쩍 벌린다. 150억원 들여 내부를 싹 바꾸고 ‘N서울타워’로 개명했다. 남자 직원들의 카디건 유니폼·나무를 깔아놓은 전망대와 푸드코트·레스토랑의 녹색 조명까지 경쾌하다. 딱 ‘2000년대 서울’ 분위기다.
크게 로비와 플라자(1층 푸드코트 등-2층 레스토랑), 그리고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야 하는 타워(1층 레스토랑 ‘한쿡’-2층 전망대·스카이카페·하늘 화장실-3층 디지털 전망대-5층 회전레스토랑 ‘n그릴’)로 나눠져 있다. 7000원 내고 전망대로 올라가도 좋고 돈 없으면 그냥 타워 발치에서 서성여도 전망은 근사하다.
꼭대기층 회전식 레스토랑 ‘n그릴’은 ‘보름 전 예약’ 필수다. 1인당 6~7만원의 예산을 각오해야 한다. 등받이 높은 2인용 의자가 창문을 향해 있다. 연인이 나란히 앉아 야경 보며, 고기 썰며 분위기 잡을 수 있다. 한식 레스토랑 ‘한쿡’은 갈비찜·연어 구이 등 메인 요리를 고르고 나머지는 한쪽에 차려진 뷔페로 해결하는 식. 두 곳 다 실내 조명이 더 어두웠다면 야경이 더 살 뻔 했다.
흐린 날, 혼자 가도 좋다. 케이블카(성인 편도 5000원·왕복 6500원)를 타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늘어선 겨울산을 따라 올라가니 안개 때문에 코 앞 타워가 아예 안 보인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구름 속에 붕 뜬 기분. 완벽하게 영화 ‘디 아더스’ 분위기다.
남산순환도로의 차량 통행이 금지됐기 때문에 남산타워에 가려면 케이블카를 타거나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외국인이 탄 모범택시’는 타워까지 올라 갈 수 있다는 조항을 보면 남산타워가 촌티를 완전히 벗은 것 같지는 않다. 관람 정보는 www.nseoultower.com 참조.
63빌딩 이번 주말(21일) 대대적인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다. 리모델링 공사는 2009년까지 계속될 예정이지만 우선 1차로 120억원 들여 지하 1층 식당가·상가를 ‘63스퀘어’로 새단장했다. 식당가와 쇼핑공간이 몰려있는 ‘63스퀘어’는 옛날 식으로 표현하면 ‘세련된 지하 아케이드’. 과거 잡화매장이 여기저기 어수선하게 몰려 있던 공간을 싹 정리했다. 대리석·하늘색 톤 유리와 타일·밝은 나무 등 소재가 어우러져 뽀얗고 차분한(회사 설명은 ‘미니멀’) 분위기다. 63뷔페는 500석 규모에 200여가지 메뉴를 차려내는 ‘63뷔페 파빌리온’으로 거듭난다. 시중 뷔페 레스토랑의 최신 경향인 ‘즉석요리코너’도 8개로 늘린다. 가격은 점심 5만2000원·저녁 5만7000원(성인). 서울프라자호텔이 운영하는 중식당 ‘T원’도 들어온다. 공중에 매달린 금속 구슬 등이 좀 더 탐미적인 인테리어를 만들어낸다. 점심 세트 메뉴가 2만~4만원.
63빌딩에 가면 수족관이 있고 아이맥스 영화관이 있다. ‘63씨월드’의 경우 이번에 규모를 늘리거나 내부를 뜯어고치지는 못해 여전히 소박한 분위기. 대신 ‘물개유치원’ ‘국내 최초 수중 마술쇼’ 등 프로그램을 보강했다. 60층 전망대도 새 단장한 남산 타워에 비하면 여전히 그때 그 시절 분위기. 그러나 노을이 질 무렵 황금빛으로 불타오르는 한강 일대를 내려다보려면 63빌딩에 가야 한다. 전망대까지는 40초 걸리는 ‘고속’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밖이 내다 보이는 1분20초짜리 ‘저속’ 엘리베이터를 타도 좋다.
전망대 7000원·63 아이맥스 8000원·63씨월드 1만1500원(모두 성인 기준). 세가지가 모두 포함된 패키지는 2만1000원으로 할인된다. 자세한 관람 정보는 www.63city.c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