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5. 07:28

우리 룰루.

쫀심하나는 끝내주게 높으시다.

요즘 할머니나 엄마는 룰루앞에서 "너는 못해"라는 말을 절대로 입에 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말을 하는 순간 룰루의 쫀심에 지진이 일어나는게 딱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빠보다 못한다 라는 말은 더더욱 싫어하는 말이시다.

오빠마저도 룰루의 그 쫀심을 알아줘서 어쩔수 없이 룰루앞에서 쫀심을 세워주기도 한다.

그 남의 감정같은 것에 그리도 무관심한 오빠 마저도 말이다.

그러나..

울집에 그런 룰루의 하늘 높은 쫀심을 모르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아빠시다.

어려서부터 아빠를 무서워하고, 아빠 앞에서는 울지도 못하던 딸램이가 세돌이 지나더니 부쩍 아빠를 따르기 시작했다.

아빠가 퇴근하면 매달리고, 옆에서 아양을 떨어대니 요즘 아빠가 살살 녹아내리는데

문제는 그만큼 의기 양양해 졌단 거지!!!

아빠는 자기를 좋아하는 룰루 앞에서 스스로를 너무 믿었던거 같다!!

몇주전에룰루가 아빠한테 '캐릭캐릭 체인지"책을 사달라고 한 모양이었다.

아빠는 그게 먼지도 모르고 책이라니까 그래 사주마~ 했지.

그런데 아빠는 그말을 그냥 잊어버렸는데 딸램은 아빠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오늘 사오려나, 내일 사오려나 기다렸던 거다.

씽크빅 선생님한테도 "우리 아빠가 내 캐릭캐릭 체인지 책 사다준댔어요~" 하고 자랑하고,

주말에도 아빠가 잠시 외출하니 "아빠가 내 캐릭캐릭 체인지 책 사러 갔는가 보다!!" 하면서 기다렸지.

근데 아빠는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할머니한테서 룰루가 기다리더란 소릴 듣고 나서야 나한테 "그책이 머야?" 하고 묻더라~~

그래서 지난주에는 꼭 사다줘야겠다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어느날.

서점에서 전화해서 "그책이 머라고??" 하고물었다.

'캐릭 캐릭 체인지!"

"머? 체인지??"

"아니.. 캐릭터 할때 캐릭캐릭!!"

"응... 캐릭터 캐릭터 체인지?"

"아니!! 터 빼고,. 캐릭 캐릭 체인지라고!!"

"응.. 그런책이 있어?"

"있어! 많아!!"

"근데 걔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

"몰라.. TV에서 봤나봐. 그거 요즘 아이들한테 유행하는 거라서 파생상품이 많이 있을거야. 스티커북이나 머 그런 것들.."

"헐.. 알았다."

그리고~

퇴근하는 아빠 손에는 책이 세권.

근데?

이사람 손에 들린 것은 스티커북이나 그림책이 아니라 캐릭캐릭 체인지 만화책 이더라는. --;;;

네살짜리가 만화책을 어찌 읽어...

그래도 아빠가 사다준 책을 쥐어주니룰루는 입이 함지박 만해졌다.

보면서 "오빠~ 오빠가 가진 책도 이래!!" 하면서 음. 오빠의 마법천자문 책과 비슷하다는 거지.

그리고는 책을 들고, 아빠 옆에 찰싹 붙어서 입이 찢어져라 보고 있었다.

아빠도 딸램이 자기 옆에 찰싹 붙어 있으니 순간 너무 방심했던 거지!!

그런데.. 거기서...

요 입방정 아빠의 실수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아빠가 친근하게 딸램을 껴안고 묻기 시작했던것!!!

"그런데 룰루야..

이건 만화책인데..

너는 글씨를 모르잖아?"

헉..

너는 글씨를 모르잖아..

너는 글씨를 모르잖아..

너는 글씨를 모르잖아....

그말에 아차 싶어 제가 고개를 휙 돌려 보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시위를 떠난 화살!!

아빠입에서 떨어진 저 날벼락 같은 소리는 이미 딸램의 귀에 소근소근 들어가서 녀석의 쫀심을 흔들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딸램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싹 사라지고 있는데 고걸 눈치채지 못한 아빠... 계속 그런다!

"글씨를 모르는데~ 이걸 어떻게 읽어??"

쩌억...

아빠야!!!

쫀심이 깨지는 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으시오??

"아빠야! 그럼 룰루가 자존심 상해 하잖아!!!"

하고 말렸지만...

이때 이미 딸램의 눈길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둘 사이의 온도는 급속도로 떨어져서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제사 상황을 눈치챈 아빠.

급히 수습에 들어간다.

"아니~ 룰루야.

오빠는 글씨를 잘 읽잖아.. ^^;;."

헉..

오빠는 글씨를 잘 읽잖아..

오빠는 글씨를 잘 읽잖아..

오빠는 글씨를 잘 읽잖아..

그게 지금 수습중인거야??

딸램 얼굴은 더더더더더더욱 굳어졌고...

그래서.. 오빠는 잘 읽는데 나는 못읽는다는 것지 하는 표정의 룰루!!!!

"아니...

그러니까~~

오빠한테 읽어달라고 하면 되겠지??? ^^;;;;"

뜨악..

거기까지!!!!!

딸램은 벌떡 일어서더니 책을 들고 다다다다다~ 방 구석으로 가버렸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이야...

그러자 아빠가 절망적으로 다시 수습하려 하는데...

"아니!!

룰루야~ 아빠가 읽어준다고~!!!

아빠가 읽어줄께~~!!!!"

하면서 아빠가 딸램 옆으로 다가가자..

딸램 책들고, 다시 다다다다다~ 반대편 구석으로 가서 고개 휙 돌리고 책만 본다.

"룰루야~ 룰루도 글씨 배우면 되지!

아빠가 읽어줄께~ 응?

아빠가 읽어줄께~~~~"

아빠가 안아 일으키려 하지만 딸램은 책 세권을 가슴에 꼬옥 품고~

할머니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거실에 휭~ 하니 남겨진 아빠.

망연자실...

"에혀..

거바라.

오늘 책사주고 얻은 점수!

입방정으로 싹~ 깎아 먹었네!!"

퇴근길에 어렵게 멀리 돌아 경희대까지 가서 사가지고, 부랴부랴 걸어서 집까지 왔을 거인데...

그러게, 왜 쫀심 상하는 말을 하냐고???

딸램의 쫀심을 다시 세워줄라면 몇일 걸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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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_룰루랄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