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다리 먹을래~
시골에 가서 캄캄한 밤에..
랄라를 아주 오래간만에 포대기로 업어 주었다.
랄라의 기억속에 포대기가 없어진지도 오래됐을텐데 나도 자라는 랄라가 아쉬워서인지 한번 포대기로 업어주고 싶었다.
업어서 동네를 산책하며 랄라와 달 구경, 별구경을 했다..
"와~ 랄라야~ 달이 자꾸 따라오네~~"
동그란 초승달을 보면서 랄라가 말했다..
"엄마!~ 바나나~ 바나나야~~"
"정말~ 바나나네? 그런 똑~따서 먹어야겠다...!"
이제 랄라의 상상력이 나를 초월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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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현맘이 동현아빠를 위해서 홍삼즙을 구매 했었다.
그런데 동현아빠가 건강이 나빠져서 병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갑상선 질환으로 판명이 났댄다.
한참을 병원을 다녀야 하니 그 외 일체의 한약 등등을 모두 끊으라 했단다.
그래서 구매 해 놓고 그냥 집에 쌓여 있다고 그걸 싸게라도 팔아야겠다 한다.
생각난김에 그럼 나한테 팔아라 해서 동현맘이 아주 저렴하게 나에게 양도 했다.
친정엄마가 계속 어지러워서 고생이신데 얼마전에 뇌출혈이다 뭐다해서 간떨어질 뻔 했던 사건 이후
몸이 허해지신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던 참이었다.
그걸 냉장고에 넣어두고 친정엄마더러 하루에 두 봉지씩 드시라고 했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쓸다리 없이 뭘 이런걸 사오고 그러냐!"
친정엄마께서 충청도 분이시라서 사투리를 쓰신다.
그래서 쓸데 없이가 아니라 쓸다리없이가 되버렸다..
그런데 내가 묵묵히 홍삼즙을 냉장고에 다 넣어두고 났더니 갑자기 랄라가 뛰어오더니 홍삼즙을 집어 들면서 하는 말...
"나도 쓸다리 먹을래!!!!!"
난데없는 랄라의 말에 친정엄마와 나는 박장대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홍삼즙이 조금 쓴지라 지가 먹어보고 나면 안먹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금 먹여 주었다..
그런데..
요즘 저녁때만 되면 랄라는 쪼르르 냉장고로 가서 그 쓸다리를 꺼내다가 할머니에게 주면서 "쓸다리 먹자~" 한댄다.그리곤 할머니가 조금 남겨 줄라치면 고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주 불쌍하게 쳐다보며 할머니가 남겨주길 기다린다.
"쪼끔 아니구.. 많이~ 많이~~!!" 하면서...
녀석이 자꾸 덥다고 선풍기를 꺼내오라질 않나, 옷을 홀라당 벗고 다니질 않나 하는데..
아무래도 쓸다리를 너무 먹은 탓이 아닌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