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젖병 길들이기
참 힘들다.
룰루는 랄라에 버금 갈 만큼 순하고, 잘 웃고, 혼자서 잘 노는 아기다.
그런데 젖병길들이기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한동안 제법 빨아 먹는다 싶다가 다시 젖병 거부하기를 며칠하고, 조금 먹는가 싶다가 또 거부하고...
젖병을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음에도 그런다.
지난주는 일주일 내내 젖병을 심하게 거부했다.
오죽했으면 할머니가 내가 퇴근하자마자 화를 내기 시작하셨다.
어차피 출근할 것이면 처음부터 분유를 먹이지 무슨 정성이 뻗쳐서 젖을 물려서는 너도 고생, 나도 고생, 애까지 고생시키는 것이냐고...
새벽 5시쯤에 깨서 먹이고 나왔는데 오후 12시까지 젖병만 입에 대면 울어댔단다.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3-40 먹는가 하더니 다시 울기 시작하고, 3시쯤에 다시 2-30 먹고는 내가 퇴근할때까지 울기만 했던 거다.
지난주는 정말 힘들었다.
젖병이 입에 닿기만 해도 울어대니 도리가 없다.
굶기면 될까 하겠지만 애가 하루종일 안먹으니 어쩐단 말인가.
지난주간 요녀석의 숨겨진 성깔을 다 드러내보였다지.
하여간 친정엄마께서 너무 힘들어 하시고, 그럼에도 적은 돈을 내밀기가 너무 죄송스러워서 금요일 집에 내려가실 때 용돈과 편지를 적어 보내드렸다.
엄마, 아빠 두분께..
그 편지의 효과 덕분인가.
아빠는 고기를 잔뜩 사서 보내주셨고, 엄마는 역에서 나를 보자마자 부츠를 사주겠다고 가자 하신다.
됐다고, 백화점 문닫을 시간이라고 그냥 왔지만...
가끔 너무 쑥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편지도 써드려야겠다.
내가 아무리 커버렸고, 아이엄마가 되었다고 해도 그래봐야 엄마 배속에서 나온 아기일 뿐인데..
엄마 아빠 앞에서 너무 어른인 쳑 했던가 보다.
하여간 룰루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지난 일요일부터 젖병을 수월하게 빨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다..
지난일주일을 힘들게 보내더니 룰루의 볼살이 홀쭉해졌다.
녀석을 한참 보다가 나도모르게 나오는 말이..
"어? 못난아, 너 오늘은 갑자기 이뻐 보인다???"
볼살이 빠지니 눈도 조금 커진 것이조금 이뻐 보이는 거 같다. ㅋㅋㅋ
못난아!
엄마가 너 젖을 먹이려고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아니?
아침 5시 50분에 일어나서 젖을 짜놓고 출근하고, 회사와서 오전과 오후 두번 유축해서 네 도시락 가방 챙겨 집에 가고,또 집에 가자마자, 그리고 잠자기 전에 유축해서 냉동실에 얼려 두어가면서 그렇게 먹이고 있는데 그걸 거부하면 안되잖니!
아빠, 할머니 다들 엄마 몸 축난다고 그만 분유 먹이라고 말리는데 엄마 고집으로 그렇게 먹이고 있는 건데 엄마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잘 먹어주어야지..
통통하던 허벅지 살도 빠지고, 축 늘어지던 볼살도 빠지고..
얼굴은 예뻐진 것 같다만 그래도 엄마는 통통한 못난이가 좋단다.